호카 폭행 사태에서 5·18 ‘탱크데이’까지…기업 총수의 ‘수신(修身) 부재’를 묻는다 [유교경영리포트]
2025년 12월 16일 서울 성수동. 철거를 앞둔 폐교회 건물 안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러닝화 브랜드 호카(HOKA)의 국내 총판사 조이웍스앤코 조성환 대표가 매장 인테리어 등을 맡은 하청업체 대표와 직원을 불러내 “너 나 알아?”라고 반복하며 5분 이상 폭행한 사건이다.
피해자들이 구급차로 이송되는 과정에서도 “당장 와라, 진짜 죽이겠다”는 협박성 문자가 이어졌다. 피해자들은 갈비뼈 골절과 뇌진탕 진단을 받았고, 녹취록에는 타격음과 함께 애원하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자(孔子)는 말했다.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뜻이다. 이것이 인(仁)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조 전 대표는 밀폐된 폐건물에서 을(乙)을 가둬놓고 주먹을 휘둘렀다. 인의 반대편에 서는 데 이토록 철저할 수 있는가.
사건이 MBC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이후 호카 미국 본사 데커스(Deckers)는 조이웍스앤코에 한국 총판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보도됐다. 다만 조이웍스 측은 최근 미국 현지 절차와 계약 유효성을 근거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자 조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회사는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폭력으로 지킨 권위는 결국 폭력으로 무너졌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요, 인과응보(因果應報)다.
그리고, 5개월이 흘렀다. 이번 달 20일 본지는 홍보대행사 메일을 통해 조이웍스의 공식 입장문을 수신했다. 요지는 이렇다. 당초 보도에서 ‘하청업체 폭행’으로 알려진 사건이 실제로는 ‘경쟁업체와의 다툼’이었고, 지난 4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서 해당 표현이 수정됐으니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전임 대표의 개인 일탈을 인지 즉시 경영권을 박탈했고, 이문기·이민우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해 윤리경영 거버넌스를 확립했으며, 현재 데커스 본사와 계약 유효성을 전제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이 있다. 피해자가 하청업체냐 경쟁업체냐의 구분이, 폐교회 건물 안에서 자행된 5분 이상의 폭행과 갈비뼈 골절·뇌진탕이라는 상해 결과를 지운단 말인가. 표현 하나의 정정이 사건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는다. 더욱이 성난 여론이 하늘을 찌르던 1월에는 침묵했고, 5개월이 지나 여론이 충분히 식었다고 판단한 뒤에야 홍보대행사의 손을 빌려 ‘우리는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논어(論語)는 경계한다. 교언영색 선의인(巧言令色 鮮矣仁). 말을 교묘히 꾸미고 표정을 번드르르하게 꾸미는 자치고 인(仁)한 사람은 드물다는 뜻이다. 입장문에 담긴 “건설적인 대화”, “임직원의 명예와 생계 회복”, “러너를 위한 진정성”이라는 언어는 듣기 좋다. 다만 그 언어가 배포된 시점을 보라. 경제정의를 외치던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이익을 취하러 돌아오는 것, 이것이 조이웍스가 말하는 윤리경영인가.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허물이 있는데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허물이다. 조이웍스가 진정 거듭나려 한다면 홍보대행사를 앞세우기 전에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전임 대표의 법적절차는 어떻게 됐는가? 피해자 측과의 합의는 이루어졌는가? 그 답을 먼저 내놓는 것이 수신(修身)의 순서다.
지난 18일 또 다른 파문이 터졌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텀블러 프로모션에서 ‘탱크 데이’, ‘책상에 탁’ 같은 표현을 사용해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격노했고, 손정현 SCK컴퍼니 대표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행사 기획·주관 임원과 관련 임직원에 대한 문책 절차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호카의 사건이 권력을 쥔 자의 신체적 폭력이었다면, 스타벅스의 사태는 역사적 감수성의 전면 부재(不在)였다. 형태는 달랐으나 본질은 같다. 타인의 고통을 고통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불인지심(不仁之心)이 그 뿌리다.
맹자(孟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무측은지심 비인야(無惻隱之心 非人也). 5·18의 총성과 고문실의 비명을 마케팅 언어로 소비한 기업인의 감각은, 그 기준에서 어디에 놓이는가.
이 두 사건은 한국 재계의 오랜 흑역사 위에 얹힌 최신 챕터에 불과하다. 2007년 한화 김승연 회장은 직원들을 동원해 상대방 일행을 집단 구타하는 보복 폭행을 저질렀다. 2010년에는 SK그룹 창업주의 조카 최철원이 하청업체 직원을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사건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당시 피해자에게 돈을 건넨 사실까지 알려지며 이른바 ‘맷값 폭행’이라는 말이 사회적 분노를 키웠다.
2014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수백 명의 승객이 탄 뉴욕발 여객기를 기내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되돌렸다. 같은 해 어머니 이명희는 경비원과 운전기사 등에 대한 폭행·폭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SK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개인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로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CJ 이재현 회장은 500억 원대 조세포탈과 700억 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뒤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 목록을 나열하는 일이 부끄럽다. 다만 더 부끄러운 것은 목록이 이토록 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가장 부끄러운 것은, 폭풍이 지나가면 어김없이 홍보대행사의 손을 빌려 슬그머니 돌아오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유교 경영의 핵심은 수신(修身)이다. 대학(大學)은 말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자신을 닦은 뒤에야 가정을 바로 세우고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안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 총수는 수천, 수만 명의 삶을 좌우하는 자리다. 그 자리는 권력이 아니라 책임이며, 특권이 아니라 의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한국 재계의 민낯은 수신은 없고 치국만 탐하는, 군자(君子)의 자리에 소인(小人)이 앉은 형국이다.
극기복례위인(克己復禮爲仁). 자신을 이기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이다. 예가 사라진 자리에 시장이 심판자로 들어섰다. 총수가 반성하기 전에 소비자가 먼저 움직였고, 본사가 계약 해지를 통보했으며, 브랜드 신뢰가 흔들렸다. 다만 외부의 압력이 아닌 내부의 성찰에서 비롯된 반성이 아니라면, 총수가 고개를 숙이는 일은 또 다른 위기 때까지만 유효한 포즈에 불과하다. 조이웍스의 5개월 만의 귀환이 그것을 증명한다.
불환인지불기지(不患人之不己知).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라는 말이다. 소비자가 자신을 외면할까 두려워하기 전에, 내가 내 아래에 있는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생어우환 사어안락(生於憂患 死於安樂). 근심 속에서 살아나고 편안함 속에서 죽는다. 여론의 파고가 낮아졌다고 안심하는 순간, 그 기업의 윤리경영은 이미 죽어 있다.
폐교회의 주먹은 사라졌다. 탱크데이의 텀블러도 판매 중단됐다. 다만 그 뿌리, 곧 사람을 도구로 여기는 불인(不仁)의 감각, 역사를 망각한 무례(無禮), 을을 짓밟는 불의(不義),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이익을 챙기러 돌아오는 파렴치(破廉恥)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 총수가, 다음 기업이, 다음 사건으로 이 목록을 늘리기 전에 지금 이 자리에서 묻는다.
당신의 수신(修身)은 어디에 있는가?
한편 본지는 이번 조이웍스 입장문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본사 데커스(Deckers Brands)에 공식 질의서를 발송한 상태이며, 답변이 도착하는 대로 내용을 보도할 예정이다.
편집자 註 : 다음 내용은 조이웤스 홍보대행사를 통해 언론사에 배포된 보도자료 전문입니다. 반론을 대신해 게재합니다.
호카 총판사 '조이웍스' 대표 "美 호카 본사, 새로운 한국 유통사 선임 불가"
- 올해 초 하청업체에게 조직적인 갑질 했다는 오보 확산 후, 호카 미국 본사인 데커스가 계약해지 통보
- 지난 4월 언론중재위 조정에서 '하청업체' 사실관계 오류 확인, 미국 현지 준사법기관에서도 계약해지 제동
- 전임 대표의 개인 사건 인지 후 즉시 경영권 박탈. 단일 대표에서 공동대표로 전환, 윤리경영 거버넌스 확립 총력
글로벌 러닝 브랜드 호카의 한국 총판사인 조이웍스는 국내에서 신규로 호카 유통사가 선임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5월 20일 밝혔다. 최근 호카의 미국 본사인 데커스에게 현지 준사법기관이 새로운 한국 유통사 선임 금지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의가 증가하자 소통 강화 차원에서 입장을 냈다.
데커스는 올해 초 조이웍스가 협력업체에게 조직적인 갑질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한국 총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해당 사건은 전임 대표의 개인사에서 비롯된 경쟁업체와의 다툼으로 수사기관에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전한 매체도 지난 4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하청업체가 아닌 경쟁업체로 수정했다. 현재 조이웍스는 사실관계에서 오류가 밝혀진 만큼 데커스와 계약 유효성을 전제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조이웍스는 전임 대표가 벌인 일탈을 인지한 즉시 경영권을 박탈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단일 대표에서 이문기·이민우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해 상호 보완적인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했다. 경영자의 개인사가 기업 운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문기 공동대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전략기획과 글로벌사업그룹장을 역임한 전략·재무통으로 2025년 조이웍스에 합류해 경영지원총괄을 담당했다. 이민우 공동 대표는 아디다스 코리아 출신으로 2024년 조이웍스에 입사했다. 러닝·아웃도어 편집숍 ‘아웃오브올’ 명동점·서교점을 오픈하고 호카 사업총괄을 맡아 국내 호카 브랜드 성장의 기초를 닦았다.
이문기 조이웍스 공동대표는 "데커스와 한국 러너들을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번 사안으로 사건과 무관한 임직원들이 부당한 사회적 시선을 받은 것이 마음 아팠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들의 명예와 생계를 회복하고 윤리경영을 강화한 거버넌스 확립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우 조이웍스 공동대표는 "국내에서 호카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약 8년간 알려왔고, 진정성 있는 글로벌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소개해왔다"며, "새로운 리더십에서 러닝∙아웃도어에 열성적인 임직원과 트레일러닝 대회 후원, 아마추어 선수 지원 등 사회 활동으로 조이웍스 브랜드 팬들이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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