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경영

공정위 조사 중 500억 대여 연장 논란…HL홀딩스, 자금 흐름 설명 책임 커졌다 [유교경영 리포트]

김정기 기자
2026.05.22·6분 읽기·조회 443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인 HL그룹 내부 자금 거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HL홀딩스가 비상장 자회사 HL위코에 대한 500억원 규모 금전대여를 다시 연장하면서다.

 

HL홀딩스는 이달 11일 HL위코에 500억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대여기간은 올 7월 28일부터 내년 7월 28일까지다. 이율은 연 4.6%, 목적은 ‘전략적 가치투자를 위한 자금 대여’로 기재됐다.

 

이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HL위코가 로터스프라이빗에쿼티(로터스PE) 관련 펀드 출자 구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로터스PE는 2020년 설립 당시부터 정몽원 HL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수 씨와 차녀 정지연 씨가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운용사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는 2025년 12월 8일 HL그룹과 HL홀딩스, HL위코, HL D&I 등 계열사, 로터스PE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의 핵심은 HL그룹 내부 자금이 총수 자녀 소유 사모펀드와 관련된 투자 구조로 이동한 경위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로터스PE는 정 회장 두 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모펀드이며, HL홀딩스가 자회사들을 통해 로터스PE가 참여한 펀드에 약 2170억원을 출자한 구조가 논란이 됐다.

 

앞서 HL홀딩스는 2021년 HL위코에 약 13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자금은 로터스PE가 공동운용사로 참여한 넥스트레벨제1호PEF와 클로버PEF 등에 출자된 것으로 전해졌다. HL D&I까지 포함하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로터스PE 관련 펀드에 투입된 금액은 약 2170억원으로 파악된다. 이는 HL홀딩스의 2023년 연결 영업이익 922억원의 약 2.4배 규모다.

 

쟁점은 위험과 이익의 귀속 문제다. 펀드 출자 재원은 상장사와 그 계열사의 자금이다.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부담은 회사와 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다. 반면 펀드 운용 과정에서 운용보수와 성과보수가 발생하면 공동운용사인 로터스PE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상장사가 위험을 부담하고 총수 일가 관련 운용사가 수익 기회를 얻는 구조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HL홀딩스가 로터스PE를 공정위 공시상 소속회사로 올리면서도 정기 공시에서는 충분히 드러내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적자를 기록한 HL위코가 모회사 증자와 차입을 통해 펀드 출자 재원을 마련했다는 점 역시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자사주 재단 출연 시도도 지배구조 논란과 맞물려 있다. HL홀딩스는 2024년 11월 보유 자사주 56만720주 중 47만193주를 향후 설립할 비영리재단에 무상 출연하려다 주주 반발 이후 철회했다. 해당 물량은 보유 자사주의 약 84%에 해당하며, 당시 처분대상 주식가격은 약 163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재단으로 이전될 경우 의결권이 되살아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주주와 시장 관계자들은 재단 출연이 경영권 안정이나 우호 지분 확보와 무관한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L홀딩스는 이후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기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상대적으로 높일 수 있다. 앞선 취재 기준 정몽원 회장의 지분율은 28.04%,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은 37.26%로 파악됐다. 주주환원이라는 명분과 지배력 강화 효과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그 배경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필요하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4월, 별도 사건인 금산분리 규정 위반과 관련해 HL홀딩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9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HL홀딩스는 2014년 9월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금융업체인 한국비즈니스금융대부 주식 6만주, 지분율 1.03%를 2025년 8월 21일까지 보유했다. 일반지주회사는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으며, HL홀딩스는 지주회사 전환 후 2년 이내 처분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이 금산분리 제재는 로터스PE 관련 부당지원 의혹과는 별도 사안이다. 다만 지주회사 체계 안에서 금융 관련 지분 보유와 내부 자금 운용 문제가 잇따라 논란이 됐다는 점에서, HL홀딩스의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관리 수준을 함께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본지는 이번 보도에 앞서 HL홀딩스 측에 500억원 대여 연장의 구체적 사유와 실제 자금 사용처, HL홀딩스 유상증자 자금이 로터스PE 참여 펀드로 출자된 경위, 로터스PE의 운용보수·성과보수 수취 여부 등을 질의했다. 또 해당 거래가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또는 부당지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근거와 자사주 재단 출연의 목적, 철회 사유, 경영권 안정 또는 우호 지분 확보와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도 공식 입장을 요청했다. HL홀딩스 측은 본지 질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대학』은 “德者本也 財者末也”라 했다. 덕이 근본이고 재물은 말단이라는 뜻으로, 흔히 ‘덕본재말(德本財末)’로 풀이된다. 상장사의 자금 운용도 이 원칙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회사의 재산은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내부거래와 지배구조 논란의 핵심은 회계상 적법성만이 아니라, 그 결정이 공정했는지, 위험과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됐는지에 있다.

 

HL홀딩스가 공정위 조사 중에도 같은 규모의 자금 대여를 연장했다면, 그 이유와 필요성은 더 분명히 설명돼야 한다. 침묵은 의혹을 줄이지 않는다. 주주와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단정적 비난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