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공자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
"공자의 거대한 사상과 마주하다"<BR>전용주 지음/420쪽/18,000원

수천 년 동안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하며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어 온 유학은 이제 과연 이 땅에서 용도폐기해야 할 낡은 사상일까? 이 책의 저자는 오히려 그 반대의 입장을 견지한다. 이런 비판은 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오해일 뿐이며, 유학이야말로 오늘날에 되살려야 할 우리의 소중한 정신적 유산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나 편안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과 함께 진정한 유학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대학 4학년 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이후 40여 년을 공인회계사로 살아온 저자가 유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인호의 소설 『유림』을 읽고 나서다. 도학정치를 실천한 중종시대의 개혁사상가 조광조(1권)를 시작으로 공자와 노자(2권), 퇴계 이황(3권), 맹자(4권), 율곡 이이(5권), 그리고 마지막 공자와 퇴계(6권)를 다룬 이 소설은 유교가 꽃피운 찬란한 인문과 문화를 오늘에 되살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회계사라는 직업상 늘 숫자와 씨름하는 저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유학의 세계를 한껏 주유하며 인문학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만끽한다. “혼탁한 현실을 걸려주는 한 줄기 빛을 찾고 싶다”던 작가의 의도가 가슴에 크게 와닿았다. 미처 알지 못했던 유학의 세계에 대한 지적 경험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유학이야말로 용도폐기의 대상이 아니라 이 땅에 다시 훨훨 타오르게 해야 할 사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유학에 대해 더 알고 싶은 호기심과 배움의 열정을 갖게 된 저자는 내친 김에 성균관대 대학원 유학과에 진학하여 유교철학을 전공하고, 2014년 「주돈이의 태극도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를 받자 유학에 관심이 있는 주변의 대학 친구들이 그에게 유학을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고 했고, 이에 그는 매주 주제를 정해 글을 써서 공유하는 밴드에 올렸다. 이 연재가 어느 정도 쌓이자 친구들은 이번에는 책을 내라고 부추겼다. 친구들의 격려에 저자는 용기를 내어 이 책을 펴낼 수 있었다.
유학은 ‘공자에 의해 집대성된 학문’이다. 유교는 학문적으로 보면 인문학이다. 인간이 그려놓은 역사와 문화, 정치와 윤리 등에 대한 다양한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교는 가장 오래된 인문학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공자와 유교에 대한 비판은 지금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교는 2,500년 전 사회적으로는 신분제 사회, 정치적으로는 전제군주제,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봉건제도 하에서 성립된 사상이다. 이를 지금의 민주주의나 자본주의 또는 자유와 평등의 사고를 갖고 비판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또한 서양의 것이 우수하다는 사고를 전제로 비판하고 있다고 봤다. 서양의 민주주의, 자본주의, 실용주의, 합리주의 등의 사고를 수용하면서 마치 그것을 인간사회의 가장 우수한 제도로 생각하고 우리의 전통적인 유교문화와 관습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는 자조적이고 자기비하적인 행동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남존여비가 유교의 가치관인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동, 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시작된 것은 근대 이후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저자는 유교에 대한 이해 부족과 역사적 흐름을 간과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유학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려면 공자(孔子, BC 551~BC 479)와 『논어』에 대해 먼저 알아보는 것이 순서다. 공자의 사상은 『논어』에 함축돼 있다. 윤리, 정치, 교육 및 문화 등에 관한 다양한 사상이 들어있는 『논어』는 공자의 말씀과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 공자와 당시 위정자와의 대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관된 체계 속에서 편찬된 것이 아니라 공자의 여러 사상이 단편(斷片)처럼 여기저기에 산재되어 있다.
『논어』의 핵심 메시지는 정치와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고 편안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예의 회복과 덕의 함양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공자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배경지식을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유교 사상을 집대성한 공자는 누구인지를 비롯하여 『논어』와 『공자가어』 등 다양한 경전에서 공자의 사상을 추출해낸다.
또한 공자가 태어나 자란 시대적 상황과 역사적 배경도 유교를 이해하는데 필수라는 생각에서 자세하게 알아본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물음을 던져놓고 ‘사람 존중의 사상’을 살피면서 덕을 갖춘 사람인 군자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아울러 수신을 통해 평천하에 이르는 길을 알아본다.
‘위대한 스승에게는 훌륭한 제자가 있다’는 관점에서 ‘공문십철(孔門十哲)’을 비롯한 공자의 제자들을 소개하는 한편 공자는 살아서는 ‘군자’였고, 죽어서는 ‘성인’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쉽고 편안하게 공자의 사상에 접근한다. 공자나 논어 하면 ‘한자’ 투성이라서 가까이하기엔 왠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이런 선입관을 깬다. 내공이 깊은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알기 쉬운 말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2013년 공자의 나라 중국의 일인체제를 굳힌 것으로 평가받는 절대권력자 시진핑은 공자 탄신 2565주년을 맞아 공자의 묘를 직접 방문하고 “중국사회가 공자를 존경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존공숭유(尊孔崇儒)’의 길에 들어섰음”을 천명한 바 있다. 문화대혁명에 의해 이미 사망선고를 내렸던 공자가 지금 다시 소환되고 있다. 왜일까? 그 대답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독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유학의 현재성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강조한다. 공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문예출판사 02-393-5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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