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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간소개> 계몽시대 유럽사회 개혁론과 유교

“230여 년 전, 프랑스 왕립대학 교수였던 쁠뤼케가 오늘날 한반도에 전하는 존속과 번영, 뭇 생명의 지속과 전승, 공존·공영의 의미”<BR>l’abb&eacute; Pluquet 지음, 김경용 옮김/234쪽/17,000원

오현주 기자
2018.06.12·4분 읽기·조회 13

 

이 책은 프랑스왕립대학 교수를 역임한 쁠뤼케(M. l’abbé Pluquet, 1716-1790)의 중국의 고전 시리즈(전 7권) 중 제1권 유교 도덕정치철학의 기원·본질·효용에 대한 고찰(Observations sur l'origine, la nature, les effets de la philosophie morale et politique dans cet empire)을 우리말로 옮기고 주석을 단 것이다.

프랑스왕립대학 교수를 지낸 쁠뤼케는 당시 유통되고 있던 유교경전, 중국의 역사서, 학문·예술·제도·문물에 대한 개설서 등 유교문명권에 대한 서적들을 탐독한 결과 유럽의 고질적인 무치 질서를 문치의 질서로 바로잡고 싶어 했다. 일방적 강요가 아닌 타협, 동의를 구하는 집요한 설득, 함께 같이 가고 싶은 의욕을 끄집어내려는 노력 등이 쁠뤼케의 생존 당시 서구사회에 부재했던 아쉬운 점이었기에 그는 이 책으로써 그런 세상을 새롭게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중국 내지 유교문명을 매우 이상적으로 묘사하였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역주서를 읽는 독자들은 그를 부정확한 동방의 지식으로 당시 유럽사회를 현혹한 별종의 인물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왜 쁠뤼케는 중국을 빗대어 당시 유럽사회의 정화를 기원했을까? 저들 유럽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무엇이 아쉬워서 지구 반대편 이역만리의 생소하기 짝이 없는 외재문명을 모범으로 삼고 본받음으로써 자기정화를 도모했는가? 달리 말하면, 우리가 아는 유럽사회, 인류문명을 선도해 왔고 우리 사회를 개선해 줄 만한 모범형을 제시해 주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유럽문명의 속내를 과연 우리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쁠뤼케의 저술을 접하는 의의는 충분하다.

이 글을 옮긴 역자의 말을 전한다.

“내 나라를 위한, 내 나라에 의한, 내 나라만의 세상을 모색하는 것, 그것은 분명 무도한 짓입니다. 이런 짓을 기피하는 데에 머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인류를 위한, 인류에 의한, 인류만의 지구를 모색하길 멈추어야만, 인류는 이 지구상에 빌붙어 살 수 있습니다. 국가나 민족이라는 편파성뿐만 아니라 인류만의 종적 편향성마저도 벗어던지고 추구하는 존속과 번영, 뭇 생명의 지속과 전승, 공존(共存)·공영(共榮)의 길을 모색하도록 도울 좋은 가르침과 배움의 길에 이 서툰 역주서가 한 치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230여 년 전 쁠뤼케가 이 책을 쓰면서 꾼 꿈, 그리고 그 책을 번역한 본 역주자의 기대와 예감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허황되다고 간주할지도 모를 이런 염원을 고집하며 이 글을 썼습니다. 제발! 국적·종교·민족·직업·나이 등을 불문하고 서로 해치지 않고 서로 돕는 그런 고운 세상을 이루고 삽시다. 그렇게 살자고 가르치고 배우면, 그렇게 되는데···! 230여 년 전, 이역만리 프랑스에서 왕립대학 교수를 지낸 인물이 가졌던 소망은 21세기를 사는 저의 소망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 같은 사람인데, 동쪽이고 서쪽이고 옛날이고 지금이고 그리 크게 다르겠습니까? 우리가 바랄 만한 것은 저들도 원했고, 저들이 기피할 만한 것은 우리도 싫어했습니다. 이게 제가 이 책을 번역한 이유입니다.”

박영스토리 02-6416-8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