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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四字論語> ‘犯而不校’ 자신에게 잘못을 저질렀어도 따지지 않는다

김용재
2018.06.18·3분 읽기·조회 33

 

김용재 / 성신여대 한문교육과 교수

 


 

증자(曾子)가 말씀하셨다. “능하면서 능하지 못한 이에게 물으며, 학식이 많으면서 적은 이에게 물으며, 있어도 없는 것처럼 여기고, 가득해도 빈 것처럼 여기며, 자신에게 잘못을 범하여도 계교(計較)하지 않는 것을, 옛적에 내 벗이 일찍이 이 일에 종사하였었다.”(曾子曰 以能問於不能하며 以多問於寡하며 有若無하며 實若虛하며 犯而不校를 昔者에 吾友嘗從事於斯矣러니라. 「泰伯」5)

 

누군가가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와도 따지거나 다투지 않을 수 있을까? ‘범이불교’에서 ‘교’는 ‘비교하고 계산하다’는 의미로서 이리저리 따져보는 것을 의미하는 글자다. 시비곡직(是非曲直)의 분별심을 갖지 않고 초월한 모습을 견지하며, 묵묵히 자신의 올곧음을 묵수(墨守)할 수 있다는 것은 웬만큼 수양이 되지 않고서야 보여주기 힘든 선비의 자세이다.

 

사실 이 『논어』 문구는 증자가 공문 제자였던 ‘안회’를 칭하는 장면으로 풀이되곤 한다. ‘안회’는 같은 제자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스승이었던 공자에게도 ‘데미안’과 같은 존재였다. 안회는 20대에 이미 머리가 백발이었고, 스물 아홉의 짧은 나이에 지금의 결핵에 해당하는 병을 앓다가 생을 마감한 수제자(秀弟子)로 알려져 있다. 공자는 겉으로 보기에 아둔한 모습의 안회를 측은하게 여긴 때도 있었지만, 결국 그의 초지일관된 배움과 실천의 자세를 지켜본 후, 그의 훌륭함에 자신조차 반성의 찰라를 가진 적도 있었다고 전한다.

 

조금 더 원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안회와 같은 사람의 성품을 찾아볼 수 있다. “무엇이건 잘 하면서도 서투른 자에게 배우려는 겸손의 태도, 학식이 뛰어나면서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신보다 못한 이에게 묻고 배우려는 불치하문(不恥下問)의 자세, 가지고 있으면서도 없는 듯하고 가득 차 있으면서도 비어 있는 듯한 여유로운 행동”은 실상 공문제자 중에서 안회를 왜 수제자로 지칭하는데 주저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아무리 ‘재주(才)’가 능한 자라 하더라도 ‘덕(德)’ 있는 자를 당해낼 수는 없다. 재주 많은 사람은 자신만을 이롭게 할 수 있지만, 덕을 품은 사람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이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덕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必有隣)”라는 공자의 말씀은 아마도 이를 대변해 주는 명제일 것이다. 그런데 안회는 ‘재덕(才德)’을 겸비한 제자였다. 그의 학식과 덕망이 사멸하지 않았던 것은 그의 이러한 겸손과 낮춤의 태도에 기인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먼 옛날 같이 동문수학했던 안회를 그리워하며, 그러한 친구 같은 선배를 회상하는 증자의 모습에서 역시 우리는 훌륭한 벗의 기운을 감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