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55소통을 원하거든 좋아하는 것부터 만족시켜라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사는 한 동이의 술과 두 대그릇의 밥을 질그릇을 받침그릇으로 사용하여 간략하게 드리되, 창문으로부터 하면 마침내 허물이 없으리라. 상에 말하기를 ‘한 동이의 술과 두 대그릇의 밥’은 강과 유가 사귀는 것이다. [坎卦 六四]
조나라의 효성왕이 등극했지만 아직 어리다고 해서 태후가 섭정을 하자, 진나라가 그 틈을 타 공격을 해서 조나라의 성을 세 개나 빼앗았다. 제나라에 구원을 청했지만 제나라는 효성왕의 막내 동생 장안군을 인질로 삼기를 원했다. 조나라 조정에서는 국가를 보존하기 위해서 장안군을 인질로 보내야 한다고 했지만, 막내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태후가 “만약 인질 문제를 말하는 자가 있다면 그 면상에 침을 뱉어줄 것이다”라는 태후의 강경함에 속수무책이었다.
좌사벼슬을 하던 촉룡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기로 하였다. 또 인질 문제려니 하고 잔뜩 경직된 태후에게, 늙어서 잘 걷지도 못한다면서 건강 문제를 말하고 자신의 막내아들을 위해서 취직 문제를 말하자 태후의 안색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촉룡이 “태후께서는 장안군보다 연나라로 시집보내서 그곳의 왕비가 되신 따님을 더 사랑하시나 봅니다”고 하자, “아니오! 나는 그 누구보다도 장안군을 사랑하오”라고 답했다. 다시 “사랑하는 딸을 시집보낼 때 그 가마를 붙들고 우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고 아끼는 딸이지만 귀국시켜서 만나보기를 원치 않는 것은 따님의 자손이 연나라 왕이 되고 따님 또한 태후로서의 지위를 누리며 오랫동안 즐겁게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닙니까? 따님은 그렇게 위하면서 왜 막내아드님은 위하지 않는 것입니까?”라고 하자, 태후가 “그게 무슨 말이오?” 하고 반문했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장구한 계책이 있어야 합니다. 임금의 자손으로 대를 이어 제후가 된 자가 없고 또 그 자리를 오랫동안 누린 자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자식에게 많은 재산과 높은 지위를 주었지만 그를 지킬 공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막내 아드님을 진정으로 사랑하신다면 장안군이 나라를 지켰다는 공을 세우게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태후께서 돌아가신 후라도 장안군이 제후의 지위와 재산을 보존해서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신은 태후께서 장안군을 위한 계책이 따님을 위한 계책 보다 못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태후가 흔쾌히 허락을 해서 장안군이 제나라로 인질을 가고, 그 대가로 제나라의 구원군이 와서 진나라의 침공을 막게 되었다. 태후가 장안군을 끔찍이 사랑해서 보내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자식 사랑하는 방법으로 설득한 것이다.
중수감괘(重水坎卦)는 험한 물이 앞뒤로 있어서 계속된 함정 속에 빠진 상이다. 이럴 때는 소통을 해서 화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거절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좋아하고 아끼는 일부터 말을 꺼내야 마음을 열 수 있다. 그래서 역에서는 "소박한 술상을 들고 가되 그 사람이 사랑하며 잘 아는 일부터 먼저 말하기 시작하라"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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