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149성명학이라고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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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삼은 평평한 것은 기울어지지 않음이 없으며 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없으니, 어렵게 생각하고 바르게 하면 허물이 없어서, 근심하지 않더라도 미덥다. 먹는 데 복이 있을 것이다.[태괘 구삼]
며칠 전에 독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성명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하는데, 왜 대유학당에서는 성명학 책을 내지 않냐?”는 것이다. 『작명연의』란 책이 있다고 했더니, 굳이 건원 선생이 지은 책을 원한다는 것이다. “아직 성명학 책을 낼 정도로 공부가 되지는 않았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왜 ‘씨명(氏名)’이라 하지 않고 ‘성명(姓名)’이라고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씨는 성과 씨의 합성어로, 같은 씨족임을 나타내는 상징글자이다. 같은 성씨를 쓰는 씨족이 태어나면 서로 사랑하고 축하해 주며, 죽으면 서로 모여 슬퍼한다. 가족이 확장된 씨족, 또는 같은 조상으로부터 파생된 큰 울타리라는 개념이 있으므로, 동성동본끼리는 서로 혼인하지 않음으로써 가족의 친근감을 드러내고 인륜을 중시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렇게 동족의 한 울타리를 뜻하는 성씨이지만, 성과 씨는 엄연히 다른 뜻이다. ‘성’은 모계사회의 유풍이다. ‘계집 녀’자에 ‘낳을 생’자를 합한 글자이니(姓=女+生), 여자가 낳았다는 뜻이 된다. 남녀가 집단생활을 했던 원시시대에서, 아버지는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어머니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로 계통을 삼는다는 뜻으로 성을 썼던 것이다.
옛날에는 임금만이 성을 만들고 하사할 수 있었다. 나라에 큰 공을 세우면, 세습하며 다스릴 땅을 주면서 성을 하사한 것이다. 그 사람을 앞에 두고 악기를 불거나 연주해서 사람과 소리가 공명(共鳴)하면 “너는 이 소리에 해당하는데, 그 소리는 이 글자에 해당한다. 그러니 이 글자를 성으로 삼아라” 한 것이다.
그러다가 남성의 경제력이 우월하게 되었다. ‘씨’는 ‘씨앗, 씨족’ 하듯이 씨앗을 뿌려 원하는 곡식만 재배하겠다는 뜻이다. 즉 나의 영역에 나만의 씨앗을 뿌려 나를 닮은 후손을 기른다는 뜻이니 부계사회를 뜻하는 말이다. 역시 나라에 공이 있는 사람에게 봉지를 하사하고 그곳의 백성을 다스리게 했는데, 그 봉지의 땅이름을 ‘씨’로 삼은 것이다. 요임금이 ‘도’와 ‘당’이라는 곳의 봉지를 하사받아서 ‘도당씨’라고 했고, 은나라의 임금들이 ‘은수’라는 강이름을 따서 ‘은’을 성씨로 삼은 것들이 그런 예이다. 요약하자면 성은 모계사회의 유풍이고, 씨는 부계사회의 유풍이며, 지금은 이 둘을 합해서 ‘성씨’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성이나 씨 모두 자신의 조상이 살던 곳, 조상의 기상과 정신과 가풍이 담긴 뿌리를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시대는 다시 모계사회로 가려는 조짐이 보인다. 어머니의 성씨를 따라도 된다는 것이다. 얼핏 씨명학이라 하지 않고 성명학이라고 하더니, 말이 씨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양과 음이 번갈아 주도하면서 세상이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제 양의 시대가 가고 음의 시대가 온다는 뜻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역에서도 ‘평평한 한 것은 기울어지고 물러난 것은 다시 온다’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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