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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153중구난방으로 주장하면 망한다

윤상철
2018.09.13·4분 읽기·조회 17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삼은 군사에 대한 일을 여럿이 주장하면 흉하리라. 상에 말하기를 ‘군사에 대한 일을 여럿이 주장함’ 이면 크게 공이 없을 것이다. (사괘 육삼)

 

한나라 문제 때의 일이다. 어전회의를 할 때 문제가 우승상 주발(周勃)에게 “나라 전체에서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소송을 판결합니까?” 하고 물으니, 주발이 쩔쩔매며 답을 못하였다. 이어서 “한 해 동안 걷히는 세금과 지출이 얼마나 됩니까?” 했더니, 주발이 더욱 쩔쩔매며 땀이 흘러 등을 적셨다.

이번에는 좌승상 진평(陳平)에게 물었다. 진평이 “각기 주관하는 자가 있습니다. 폐하께서 소송의 판결을 물으시려면 재판을 관장하는 장관에게 물으시고, 세금과 곡식의 수확량을 물으시려면 국가 재정을 관장하는 장관에게 물으십시오” 하며 자기에게 물을 일이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약이 오른 문제가 “그렇다면 그대가 하는 일은 무슨 일인가?” 하고 물으니, 그때서야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재상은 위로는 임금을 도와 음양을 다스리고 4계절의 기후를 잘 살피며, 아래로는 만물이 잘 자라도록 해줍니다. 밖으로는 사방의 오랑캐와 제후를 어루만지고, 안으로는 백성을 친절하게 돌보아서 따르도록 하며, 장관과 각 업무의 책임자들로 하여금 각기 그 직분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라고 자신의 업무를 당당하게 말하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지난 7일 “부동산 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는 봉숭아학당이다”라고 말했다. 하 위원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초고가 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강화하겠다. 김동연 부총리는 부동산 세금은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 장하성 청와대정책실장은 강남 세금인상은 안 된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어떤 식으로든 기필코 강남투기를 잡겠다”고 하며 각기 다른 말을 함으로써, “지금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경제 대한민국호는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송영무 국방장관을 물러나게 한 것도 그 밑바탕에는 사공이 많은 것도 한 역할을 한 것 같다.

2천 년 전에 벌써 안 일을 왜 아직도 모르고 있을까? 재상이 하는 일은 전체의 줄거리를 잡아 방향을 이끌고, 각 장관들이 자기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직접 발표하고 직접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무총리가 장관의 업무를 대신 발표하고, 대통령이 비서를 시켜 장관의 업무에 감놓아라 배놓아라 하며, 여당 대표가 언론기관에 장관의 일이 이렇게 진행될 것이라고 하면, 장관이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 더구나 그 말들이 모두 다른 말을 한다면 국민은 또 누구의 말을 따라 움직여야 할까?

오죽하면 김동연 부총리가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정부가 쫓기듯이 내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며, “관계부처와 차분히 대책을 준비 중이며, 결론 나면 적절한 창구에서 ‘원 보이스’로 말하겠다. 관계부처가 각자 의욕에 넘쳐 얘기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국민이나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메시지는 자제해 달라”고 말했겠는가? 그래서 역에서는 ‘중요한 일을 할 때에 서로 앞장서며 일치된 행동을 하지 않으면 패망한다’ 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