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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60험한 세상에서는 재주를 다 드러내면 위험하다

편집부
2014.12.01·4분 읽기·조회 15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하늘과 땅이 사귀지 않는 것이 비괘니, 군자가 본받아서 덕을 검소하게 해서 어려움을 피하며, 벼슬을 해서 영화롭게 살지 말 것이다.〔否卦 大象傳〕 

 

편작(扁鵲)은 춘추시대에 죽은 사람도 살려냈다고 칭송되는 명의로 발해군 막읍 출신이며 본명은 진월인(秦越人)이다. 젊어서 객사의 사장(舍長)으로 일할 때 장상군(長張君)이라는 은자가 빈객으로 있었는데 다른 사람은 그를 무시했지만 편작만은 언제나 그를 정중하고 융숭하게 대접하였다. 그렇게 대접한 지 10여 년이 지나자 장상군이 은밀히 편작을 불러 남에게 알리지 말 것을 맹서받고 비전의 의술을 전해주었다.

장상군이 품속에서 약을 꺼내 주면서 “이 약을 흙이 묻지 않은 깨끗한 이슬에 타서 마신 후 30일이 지나면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되네.”라고 말하고 감추어 두었던 의서를 꺼내어 편작에게 주고는 홀연히 떠나 버렸다. 장상군의 말대로 약을 복용한지 30일이 지나자 담 너머에 있는 사람은 물론 사람의 뱃속까지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장상군과의 약속대로 맥을 짚어서 병세를 아는 것처럼 가장하고 신통력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

조나라에서는 닷새 동안 비몽사몽하며 헤매는 조간자가 천제의 예언을 들으러 간 것이므로 걱정할 것이 없다고 안심시켜서 전답 4만무라는 큰 상을 받았고 괵나라에 가서는 입관하기 전의 태자를 아직 죽지 않았다고 하며 20일 만에 완쾌를 시켜 ‘편작기사(扁鵲起死)’라는 성어를 유행시켰으며 제나라에 가서는 제환후의 죽음을 예견하였다.

부인을 위하는 도시로 가서는 부인과 의사가 되었고 노인을 공경하는 나라로 가서는 눈과 귀 혹은 마비증세 등의 치료를 하는 노인과 의사가 되었으며 어린이를 사랑한다는 진(秦)나라에 가서는 소아과의사가 되었다.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바탕으로 인정과 풍속에 따라 전공을 바꾸어 진료를 하니 부유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천하에 그 명성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모두가 편작만을 이야기 하고 편작만이 진정한 의사인 것처럼 숭상을 하니 당시 진(秦)나라에서 의술로 명성을 드날리고 태의령(太醫令)이 된 이혜(李醯)는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실력으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질 않고 거기에다가 편작의 명성이 임금의 귀에 들어가면 자칫 태의령자리도 넘겨주어야 할 형편이었다. 고민 끝에 많은 돈을 주고 자객을 사서 편작을 찔러 죽였다.

『황석공소서』에서는 “재주가 같은 사람끼리는 서로 시기한다(同藝相規).”고 했다. 그런데 단순히 이혜의 시기때문에 죽었을까? 장상군이 ‘비전되는 의술이니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거나 유명해지지 말라!’고 했는데 괵나라의 태자를 진맥도 하지 않고 성문 밖에서 증세를 짚어대며 치료할 수 있다고 호언했으며 소아과·부인과·노인과 등등 어떤 과목도 다 치료할 수 있다고 하는 등 명성에 집착하고 의술을 널리 펴고 싶은 욕심이 더 큰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易에서는 “서로 소통하지 못해서 막힌 세상에서는, 덕과 능력을 조금만 드러냄으로써 어려움을 피하며, 벼슬해서 영화롭게 살지 말라.”고 하며 막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