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155군자는 눈 밝게 처리한다
.bmp)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삼은 공이 천자께서 형통하도록 함이니 소인은 하지 못할 것이니라. (대유괘 구삼)
1930년대 초, 인사동 골동품거리에 진귀한 시계가 나타났다. 리어카에 싣고 다니며 외치기를 “궁궐에서 쓰던 시계인데, 하나밖에 없는 귀한 겁니다.” 하루 종일 외치며 다녔지만, 가격을 비싸게 불렀는지 저녁때가 되도록 팔리질 않았다.
마침 인촌 김성수 선생에게 이 사실을 알린 사람이 있었고, 그 엄청 비싼 골동품 시계가 주인을 찾게 되었다. 당시 기와집 한 채 값이라고 했으니, 120×98×52,3cm짜리 나무궤짝으로 둘러싼 허술한 골동품치고는 엄청 비싸게 팔린 것이다. 그 광경을 바라본 화산서림의 이성의씨가 “그 당시 그런 인기 없는 골동품을 그렇게 비싼 값에 사들이는 어수룩한(?) 사람이 김성수 선생 말고 또 누가 있었겠냐?”라고 하며 감탄했다고 한다. 자칫 일본사람의 눈에 띄어서 반출될 뻔 했던 귀한 유산이 눈 밝은 사람에 의해 건져진 것이다.
이 골동품이 고려대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국보 230호 혼천의시계이다. 혼천의는 지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월오성(日月五星)의 운행과 별의 위치를 관찰하는 도구이다. 지금은 1만원짜리 돈에 새겨진 그림으로 유명해졌다.
혼천의시계는 혼천의와 자명종시계를 연결함으로써, 방안에서 시간별 별의 위치와 절기를 알 수 있게 하고, 지리적 방위와 위치도 알 수 있게 하였다. 이민철의 혼천의시계가 물레바퀴를 수력으로 움직이게 해서 작동한 것이라면, 송이영이 만든 혼천의시계는 놋쇠 태엽으로 움직이는 좀 더 정교한 시계이다. 연속된 전쟁으로 불타버린 혼천의를 효종 때 복원하면서 시계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최유지, 이민철, 송이영으로 연결되는 황금라인이 이룬 걸작물이다.
세계적인 과학자 조셉 니덤이 “이처럼 풍부한 내용을 갖춘 장치는, 그 전체를 복원하여 역사적 해설을 붙여서 세계의 주요한 박물관에 전시하는 것이 좋겠다”고 감탄하고, 특별전시회를 열기 위해 복제를 하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시계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할 기술도 없었고, 겉으로 보아서는 그 정밀한 시계의 이치를 제대로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무산되었다.
이 시계는 홍문관에 놓여져 학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겨울의 문턱에서 숙직을 서며 밤늦게까지 책을 보다가, 자시를 알리는 자명종소리를 듣고 잠을 청했으리라. 물론 방안에서 하늘의 별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필성(畢星) 근처로 달이 떠가니, 내일은 눈이 많이 올 거야. 두툼한 옷을 준비하는 게 좋겠어” 하는 정보는 덤으로 얻는 서비스이다.
혼천의시계 즉 천문시계는 오늘날 복원해 사용하여도 실용적이고, 예술적 장식품으로도 훌륭하다. 특히나 과학자들의 눈에는 참으로 경이적이다. 하지만 수많은 골동품전문가들의 눈에는 왜 비싸게만 보였을까? 제대로 알았다면 전매를 해도 큰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인촌 선생은 그 가치를 알았을 뿐 아니라 그것을 박물관에 기증해서 공공재로 만듦으로써 훗날 가치를 알아볼 사람을 기다렸다.
그래서 역에서는 ‘군자는 소중한 것을 공공재로 만들어 만인이 쓰도록 하고, 소인은 개인적인 이익으로 만든다’고 가르친 것이다.



![무신사, ‘책상을 탁쳤더니 억하고 말라서’ 카드뉴스 논란 확산 [유교경영리포트]](/uploads/4/legacy/photos/20260521/art_17791935224319_134c6c.jpg)

![[단독] 구리시장 경선판 흔드는 ‘유령 여론조사’... 언론사 명의 빌린 ‘불법 대리 조사’ 의혹 포착](/uploads/4/legacy/photos/editor/2604/20260417081433_gxgnwrel.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