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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四字論語> ‘食寢不言’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자려 할 때에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김용재
2018.12.26·5분 읽기·조회 33

김용재 / 성신여대 한문교육과 교수

 

“밥은 정미로 한 것을 싫어하지 않으며, 회는 가늘게 썬 것을 싫어하지 않으셨다. 밥이 상하여 쉰 것과 생선이 상하고 고기가 부패한 것을 먹지 않으셨다. 빛깔이 나쁜 것을 먹지 않고, 냄새가 나쁜 것을 먹지 않았으며, 잘못 익힌 것을 먹지 않고, 때가 되지 않은 것을 먹지 않으셨다. 자른 것이 바르지 않으면 먹지 않고, 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먹지 않으셨다. 고기가 비록 많으나 밥 기운을 이기게 하지 않으시며, 술은 일정한 양이 없으셨는데,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으셨다. 시장에서 사온 술과 포를 먹지 않으셨다. 생강을 먹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셨다. 많이 잡수지 않으셨다. 나라에서 제사지내시면 고기를 밤을 넘기지 않으셨으며, 집에서 제사지낸 고기는 3일을 넘기지 않으셨으니, 3일이 지나면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먹을 때 말씀하지 않으시며, 잠자리에 들면 말씀하지 않으셨다. 비록 거친 밥과 나물국이라도 반드시 제를 올리시되 반드시 공경히 하셨다.”(食不厭精하시며 膾不厭細러시다 食饐而餲와 魚餒而肉敗를 不食하시며 色惡不食하시며 臭惡不食하시며 失飪不食하시며 不時不食이러시다 割不正이어든 不食하시며 不得其醬이어든 不食이러시다 肉雖多이나 不使勝食氣하시며 唯酒無量하사대 不及亂이러시다 沽酒市脯를 不食하시며 不撤薑食하시며 不多食이러시다 祭於公에 不宿肉하시며 祭肉은 不出三日하더시니 出三日이면 不食之矣니라 食不語하시고 寢不言이러시다 雖疏食菜羹이라도 瓜祭하사대 必齊如也러시다. 「鄕黨」08)

이 경문은 공자의 식생활에 대하여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문구이며, 아울러 고대 중국인들의 식습관을 탐구하는 데에도 요긴한 역할을 해내는 자료이다. 첫째, 이 경문의 앞뒤 내용으로 보아, 공자는 도정(搗精)이 잘된 흰쌀밥을 좋아하셨고, 육회나 생선회도 가늘게 썰어 놓은 것을 좋아하셨음을 알 수 있다. 요즘 시대는 건강과 웰빙 우선주의라 흰쌀밥보다는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선호한다지만, 공자시대에는 쌀밥이 대세였나 보다. 그리고 고대 중국인들은 날고기[膾]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유독 산동지역의 주민들만 육회와 생선회를 즐겼다고 하니, 육회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을 생각해본다면, 지역적으로 가장 가까운 산동지역이 음식문화마저도 우리나라와 가까웠음을 시사(示唆)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둘째, 공자는 제철 음식을 즐겨하셨다고 한다. 자고이래로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질병은 약(藥)으로도 고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음식을 약으로 여긴다는 것에는 제철 음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제철 음식은 인간과 자연이 한 데 어울릴 수 있는 매개물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온실 재배가 가능하여 한겨울에도 수박과 딸기를 먹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제철 과일과 음식이 몸에 좋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가 보다. 셋째, 공자는 음식이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어야만 드셨으며, 넷째, 육식을 많이 드시지 않았으며 술은 드시되 주정을 하거나 의식이 어지러워지는 데에 까지는 이르지 않으셨다고 한다. 공자는 육식이 곡기를 이길 정도로 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의하셨으니, 고기를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뭔가 일침을 가하는 식습관이라 하겠다. 다섯째, 공자는 시장에서 술과 육포를 사드시지 않았다고 하니, 집에서 만든 최고의 청결한 것만을 고집하셨나 보다. 여섯째, 공자는 평소에 생강을 즐기셨다고 한다. 이는 생강이 고대 중국인들에게 신명(神明)에 통하고 더러움과 악취를 제거한다는 의미가 부여된 채소로 보았기 때문이다. 일곱째, 공자는 평소 많이 드시지 않고 소식하셨으며, 여덟째, 나라에서 제사를 마치고 나눠준 고기는 그날 밤을 넘기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 나누어 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끝으로 아홉 번째가 ‘식사를 하시면서 말을 하지 않았으며, 잠자리에 드시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습관이 없었다.’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식사 도중에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자주 듣는 식사예절 가운데 하나였다. 아마도 공자의 활동무대인 산동지역이 우리나라와 가깝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습관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도 보인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식사 도중 대화를 자주 하며, 옛 습관이야말로 전근대적인 것이고 서양식 식습관이 최고인양 알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철철 넘쳐나는 귀족 영국인이나 프랑스인들에게 식사 시간은 화려하고 구성진 대화의 만찬이 될 수 있겠지만, 농경제 생활에서 오늘 하루의 끼니를 얻기가 어려울 정도로 바삐 살아가던 고대 동양인들에게 식사시간은 최대한 절약해야만 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서 식사를 끝내고 빨리 일터로 나가야만 했기 때문에, 호사스런 대화로 아까운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옛날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으면서 무턱대고 비난하고 없신여기는 풍조는 분명 반성해야 한다. 고대의 그러한 식습관 덕분에 지금 우리나라가 이정도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니, 왠지 숙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