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字論語> ‘顔回好學’ 안회는 배우기를 좋아했다

김용재 / 성신여대 한문교육과 교수
계강자가 묻기를 “제자중에 누가 학문을 좋아합니까?” 하자,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안회라는 자가 학문을 좋아했었는데 불행히도 명이 짧아 죽었다. 지금은 없다.”(季康子問 弟子孰爲好學이니잇고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하더니 不幸短命死矣라 今也則亡하니라.「先秦」06)
공자에게 있어 제자 안회는 ‘데미안’과 같은 존재다. 데미안은 헤르만 헤세가 지은 소설로서, 주인공인 에밀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통하여 참다운 어른이 되러 가는 과정을 그린 문학작품이다. 공자는 안회를 통하여 진정 성인(聖人)의 참모습을 되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공자는 자신의 아들 ‘공리(孔鯉)’가 죽었을 때에도 그다지 슬퍼하지 않았다. 그런 공자가 제자 ‘안회’의 죽음 앞에서는 통곡할 정도로 울부짖었다는 내용이 논어에도 이곳저곳 드러나 있는 것을 보면, 스승 공자가 안회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실로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선진」편의 여섯 번째 문장에서부터 시작하여 열 번째 문장에 이르기까지, 무려 ‘5개’의 경문이 모두 안회에 관한 이야기로 꾸려져 있는 것만 보아도, 논어를 편집했던 훗날의 제자와 재전제자 역시 공자와 안회 간에 있었던 사제 간의 돈독한 우정을 그려내고 싶었던 모양이었나 보다.
먼저 이 경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자의 대답에서 안회의 죽음에 대한 깊은 아쉬움과 절망감, 그리고 그리워하는 스승의 탄식이 녹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불행하게도 명이 짧아 죽었다.”라는 문장과 “지금은 (그러한 사람이) 없다.”라는 두 경문은 똑같은 의미의 반복인데, 그 반복된 문장이 주는 인상은 매우 강렬하다. 즉 안회가 죽어 지금 세상에는 없다는 것을 연이어 반복함으로써 제자 안회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는 모습이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과연 ‘공부’란 무엇이기에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야단일까? 우리 인류는 ‘도구를 만들어 사용할 줄 알았다던 인간’[호모-에렉투스]으로부터 시작해서 ‘생각하고 사고할 줄 아는 인간’[호모-사피엔스]에까지 이르렀다고 인류사에는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 인류는 ‘공부하는 인간’[호모-아카데미쿠스]이 되기를 자처한다. 실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공부만 하다가 인생을 끝낼 작정인가 보다. 그러나 우리 인류를 돌이켜보면, 지금 인간의 모습을 있게 했던 것은 ‘공부’가 만들어 놓은 역작이 아닐까 라고 반문해 본다. 공부는 분명 인류문명을 발전시킨 보편적 테마이자 이슈였고, 문명사회로 진입하게 만들어준 힘이자 에너지였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고대 공자시대로부터 현재의 문명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코드이며 메시지가 곧 공부였다. 시대사조별 유행하던 공부의 테마와 역할을 보면, 과거 인류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고, 현재의 나와 내일의 우리를 그려낼 수도 있다. 그래서 공부는 지겹다! 지겹다! 하여도 인간이 가야만 하는 길이며, 숙명인가 보다.
요즘 젊은 대학생들에게 공부는 어떤 의미일까? 취업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는 않을까? 진정한 학문 탐구를 꿈꾸는 호모-아카데미쿠스[Homo Academicus]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냥 좋은 직장을 찾아 해매는 ‘잡아라(job아라)’의 학생들뿐이다. 4월에 만개하는 벚꽃의 꽃말이 뭐냐고 물으니, ‘중간고사’라 답하는 대학생들에게서 마음 한편이 짠해진다. 핑크빛 벚꽃과 함께 들뜬 마음으로 낭만과 고민을 만끽해야 할 젊은이들에게, 가장 괴로운 시간이라 투덜대며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에게서 진정한 공부의 의미가 무엇인지,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공자와 안회가 한 곳을 바라보며 함께 나아가고자 했던 ‘공부’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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