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

<四字論語> ‘言必有中’ 말을 하면 반드시 도리에 맞음이 있다

김용재
2019.02.26·4분 읽기·조회 29

 

김용재 / 성신여대 한문학과 교수

 


 

노나라 사람이 장부라는 창고를 짓자, 민자건이 말하였다. “옛 일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필 고쳐지어야 하는가?”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저 사람이 말을 하지 않을지언정, 말을 하면 반드시 도리에 맞음이 있다.”(魯人爲長府어늘 閔子騫曰 仍舊貫如之何오 何必改作이리오 子曰 夫人이 不言이언정 言必有中이니라.「先秦」13)

 

'언필유중(言必有中)'에서 ‘중(中)’을 ‘가운데’ ‘중심’으로 풀이해서는 안 된다. ‘중’은 ‘가운데’라는 뜻 외에, ‘속’, ‘안[內]’, 그리고 ‘적중하다[的中]’, ‘적합(適合)하다’라는 중요한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언필유중’은 “말에 반드시 (도리에) 적합한 의도가 있어야 한다”라고 해석의 외연이 넓어지는 것이다.

 

사실 이 경문은 공자가 ‘민자건’을 평가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논어󰡕 전편에 그려지는 민자건은 진솔한 효자였고 언제나 은은하고 자애로운 모습으로 일관되어 있다. 그런데 노나라의 어떤 사람이 ‘장부’라는 큰 창고를 지으려하니, 민자건이 곁에서 그 모습을 보고 “옛날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 안 되겠습니까? 하필 그것을 고치려 합니까?”라고 묻는다. 이때 공자께서 하신 말씀이 바로 “저 민자건이라는 자는 평소 말을 자주 하지는 않으나, 말을 하면 반드시 사리에 적중하는 말만 한다오”라고 칭송하고 있다.

 

왜 공자는 민자건의 말을 두둔했을까? 민자건은 노나라 관료가 창고를 증축한다는 구실을 가지고, 백성들을 고되게 부리려는 의도가 매우 불순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문은 민자건의 말이 쓴소리[苦言]가 아니라, 위민의식이 가득찬 충언(忠言)이자 간언(諫言)이었기 때문에, 공자가 민자건의 질의에 맞장구 쳐줬던 것이다.

 

『주자집주』에서는 이러한 민자건의 모습을 공자가 인정해주었다는 의미에서, 민자건을 덕 있는 사람[有德者]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아마도 공자와 민자건이 생각한 정치의 근본은 국가재정을 아끼고 절약하는 데에 있다고 본 듯하다. 그리고 백성들의 노동력이 억울하게 착취당하는 모습도 당연 안 된다고 강조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아무리 국민을 위한 ‘복지’라 하더라도 포퓰리즘의 발언이나 인기성(人氣性) 정책은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선심정책을 함부로 시행하며 나랏돈을 펑펑 써대다가는 환난을 겪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노나라에서 새로운 재물창고를 지으려 하여도 사전에 미리 합리성과 합목적성이 충분한지, 면밀히 검토하여 예산 마련과 건축 방안을 내놓아야 마땅하였다. 공자 역시 “천승의 나라를 다스릴 때에는 매사 일을 신중히 처리하고 신뢰를 주어야 할 것이며, 씀씀이는 절약하고 백성을 아껴 때를 맞춰 부려야 한다(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고 늘 강조해 오셨다.

 

이 「선진」편의 ‘언필유중’은 말을 함부로 많이 하지 말아야 하며, 말을 하더라도 사리와 도리에 맞는 말만 해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지만, 기실 이 경문의 내막에는 ‘정치의 신중함과 국고의 절용절약(節用節約) 정신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