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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간소개> 원문으로 보는 친일파 명문장 67선

“친일파 문인, 화가들의 글과 그림을 직접 보신 적이 있습니까?”<br>김흥식 엮음/304쪽/14,900원

오현주 기자
2019.02.26·4분 읽기·조회 14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친일파들이 쓴 글을 통해 역사적 과거를 우리 스스로 직시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더욱 의미가 있다. 이완용이나 송병준, 그리고 김활란의 글을 읽지 않고 그들을 친일파라 단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확인하지 않고 그를 비난하는 행동은, 내 판단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건국 100주년이냐 아니냐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대한민국의 2019년이 안타까운 만큼 역사적 과거를 우리 스스로 직시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더더욱 의미가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해방 후에 친일을 청산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친일했던 자들은 해방된 이후에도 여전히 사회 지도층으로 살아서 정부의 요직을 맡고, 대학교의 총장 자리에 앉는 등, 권세와 부를 누렸다. 심지어 그들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상과 훈장을 받았으며 해방된 후에는 대한민국으로부터 상과 훈장을 받았다.

 

이 책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전3권)에 수록된 인물들만을 선정해 그들이 쓴 글과 그림을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수록된 글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매일신보』에 실린 그들의 기사 뒤에 주요경력과 상훈을 실어 실상을 보여 주었다.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최남선, 그리고 여성 최초의 대학 졸업자 김활란의 글을 실서 그들이 어떻게 글을 써가며 친일을 했는지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이완용은 3·1운동이 전국에 들불처럼 퍼지자 3차례에 걸쳐 『매일신보』에 경고물을 실었다. 최남선은 『매일신보』에 「학도여 성전에 나서라」 기사를 실어 보람 있게 죽자면서 우리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몰아넣었다. 김활란은 여성교육을 한다면서 여자들에게 남편과 아들을 전쟁에 내보내라는 글을 썼다. 김활란은 나중에 이화여자대학교 총장과 공보처장을 지냈다.

 

동양의 역사 편찬 체제 가운데 ‘기사본말체(紀事本末體)’는 “가장 발전된 역사편찬 체재”이자 “역사에서 사건의 전말을 알고자 하는 새로운 역사의식의 소산”이며, “따라서, 정치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역사편찬 체재”라고 한다. 사건의 명칭을 제목으로 삼아 그에 관련된 기사를 모두 모아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술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 『원문으로 보는 친일파 명문장 67선』은 ‘기사본말체’에 따라 편찬하였다. 기사본말체의 정신에 맞게 신문 기사로 발표된 친일파가 직접 쓴 글 이외에는 어떠한 주관적 평가도 개입시키지 않았다. 따라서 글을 읽고 글쓴이의 친일 행적이 강압에 의한 것이었는지, 자의에 의한 것이었는지, 역사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는지, 눈앞의 이익을 좇아 그런 것이었는지 판단하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이 어떤 시대를 살아왔고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 돌아보고 기억하기 위한 책이다. 역사적 진실이 사실 그대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 누군가에는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될지라도 이를 통해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고 진실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된다면 뜻깊은 일일 것이다.

 

온몸을 바쳐 저항하고 싸워 왔던 독립투사들이 광복을 맞은 이후에도 핍박을 면지 못하는 동안 청산되지 않은 친일세력은 과거에 대한 뼈아픈 참회와 반성 없이 여전히 사회 지도층으로 건재하는 아이러니를 보며, 이 책 󰡔원문으로 보는 친일파 명문장 67선󰡕이 아픈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림씨 02-3153-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