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165중독되면 노예 되고 자식도 뺏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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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상육은 즐거움에 어두워졌으나, 변함이 있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상에 말하기를 즐거움에 어두워 위에 있으니, 어떻게 오래갈 수 있겠는가?(예괘 상육효)
부전나비의 애벌레 주변에는 항상 많은 개미들이 몰려있는 데, 이들은 애벌레를 잡아먹으러 온 것이 아니다. 애벌레의 등에서 분비되는 달콤한 액체 즉 감로를 받아먹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개미들이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 부지런한 개미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먹이를 찾으러 다니지도 않는다. 그저 애벌레 옆에서 감로를 받아먹거나, 애벌레를 노리는 기생벌이나 거미가 다가오면 곧바로 달려들어 쫓아버리는 애벌레의 충실한 경호원노릇을 할 뿐이다. 애벌레가 침입자가 무섭다고 촉수를 움츠리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쪽으로 몸을 돌려 침입자들을 쫓는 것이다.
개미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부전나비 애벌레가 수를 썼기 때문이다. 개미에게 주는 감로에 도파민 억제제를 넣어서 중독시킨 것이다. 개미의 뇌에서 도파민의 분비가 줄어들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고, 오직 눈앞의 일에만 집중한다. 게임이나 도박에 중독된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더구나 도파민 억제제가 들어간 감로를 장기적으로 먹게 되면 개미의 뇌가 변형된다. 그러면 영원히 애벌레의 노예가 되어 빠져나오질 못하는 것이다. 애벌레의 감로에 맛을 들이다가 자기가 개미인지 나비의 노예인지 모를 삶을 살다가 죽는 것이다.
같은 부전나비라도 일본에서 자생하는 일본부전나비는 좀 다른 짓을 한다. 수컷하고 교미를 해서 임신하게 되면, 알 낳을 곳을 찾아 헤매는데, 일본 왕개미와 진딧물이 공생하는 나뭇잎에 알을 낳는다. 알이 부화하면 부전나비의 애벌레는 진딧물이 내보내는 감로를 받아먹는다. 이때 덩치가 훨씬 큰 왕개미와 진딧물의 감로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데, 힘에서 밀리기 때문에 왕개미한테 먹을 것을 뺏기곤 한다. 그렇게 서러운 시절을 겪으면서 탈태를 하면 훨씬 큰 애벌레로 변신하게 된다.
이때부터는 개미가 좋아하는 감로를 자체 생산해서 개미에게 먹인다. 진딧물 보다 훨씬 맛있고 양도 많은 감로다. 개미가 잘 먹을 수 있도록 몸을 비틀어 주기도 하고, 개미 주변으로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개미와 친목을 다진다. 이정도 되면 개미는 부전나비애벌레 곁을 잠시도 떨어지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애벌레를 자기가 살고 있는 개미굴로 데리고 간다. 개미와 친숙해지며 몸을 부비는 스킨십을 통해 개미에서 방출되는 페로몬을 몸에 발랐기 때문에, 일반개미는 물론 여왕개미도 전혀 경계를 하지 않고 애벌레를 한식구로 생각한다.
이렇게 완전히 개미들의 일원이 된 다음에는 부전나비애벌레는 개미의 애벌레를 하나 둘 잡아먹으면서 성장을 한다. 그러니까 개미에게 감로를 주면서 친근하게 굴었던 것은, 안전한 개미굴에서 개미의 애벌레를 먹으면서 성장하기 위한 고도의 책략이었던 것이다. 감로의 맛에 중독되어서 자신이 노예가 됨은 물론이고, 자기의 자식마저 먹이로 내주면서도 그 잘못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즐거움과 쾌락만 추구하면 곧 망하게 된다’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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