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166나서지 않으면 해로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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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사는 주머니를 잡아매듯이 감추면 허물이 없으며 영예로움도 없을 것이다. 상에 말하되 “주머니를 잡아매듯이 감추면 허물이 없음’은 삼가하면 해롭지 않은 것이다.”(곤괘 육사효)
남송시대에 사석(謝石)이 글자점으로 이름을 떨쳤다. 고종황제가 변복을 하고 미행하다가, 우연히 사석을 만나게 되었다. 고종이 땅바닥에 ‘한 일(一)’자를 쓰고는 “이 글자의 상(相)을 알아 맞춰보라”고 하였다. 사석이 생각하기를 “땅은 ‘흙 토(土)’이고, 여기에 ‘한 일(一)’자를 더하면 ‘임금 왕(王)’자가 되는데…” 하며 고종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자신의 얼굴을 살피며 아무 말도 안하는 사석을 보고, “내가 너무 어려운 문제를 냈나 보군” 하며, ‘물을 문(問)’자를 쓰고는 “글자의 상을 보라”고 하였다. 그런데 울퉁불퉁한 흙 위에 쓴 까닭에 ‘問(문)’자의 양쪽 가장자리 획이 기울어져 나부끼는 것 같이 되었다. 사석이 이 글자를 보고는 더욱 놀라며 “왼쪽을 보아도 ‘인군 군(君)’자이고, 오른쪽을 보아도 ‘인군 군(君)’자이니, 이는 필시 주상(主上)이십니다”하고는 땅에 엎드려 절을 하였다.
고종이 사석을 신통하게 여겨서 환궁하는 길로 불러 관리로 등용하였다. 하루는 사석을 편전으로 불러서, ‘봄 춘(春)’자를 쓰고는 글자의 상을 보라고 명하였다. 사석이 아뢰기를 “‘진나라 진(秦)’자의 윗부분(
진회의 끄나풀이 이 사실을 알리자, 진회가 “글자점이나 보는 술사가 정승을 비방하였으니, 귀양을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여서 결국 변방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변방으로 가던 중 우연히 한 여자를 만났는데, 글자점을 잘 본다고 하였다. 사석이 자기 성씨인 ‘사례할 사(謝)’자를 쓰고는 글자의 상을 보라고 하였다. 그 여자가 “일개 술사일 뿐입니다”라고 하였다. 사석이 “어째서인가?” 하니, “이는 한마디의 말(寸言)로써 입신하는 사람(‘謝=言+身+寸’으로 寸자와 言자 사이에 身자가 서있다)이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사석이 다시 ‘가죽 피(皮)’자를 쓰고는 상을 보라고 하였다. 여자가 답하기를 “사석의 ‘석(石)’이 가죽(皮)을 만나 합하면 ‘부서질 파(石+皮=破)’자가 되니, 죽을 것입니다. 아마도 압송하는 병사의 성씨가 ‘피(皮)’일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사석이 크게 놀라 감탄하고는, “나 역시 글자점을 볼 줄 아니, 네가 글자를 써봐라. 내가 그 상을 보겠다”라고 하였다. “내가 여기에 서있는 것으로 글자를 삼겠으니 상을 보아주십시오” 하니, 사석이 “사람(人)이 산(山)옆에 서 있으니 ‘신선 선(仙)’자인데, 네가 신선이란 말인가?”라고 하자, 여자가 웃으면서 홀연히 사라졌다. 자기 앞날도 모르는 술사 주제에 임금을 보필하겠다고 나서다 죽임을 당한 것을 비웃은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천하가 어지러울 때 혁명할 힘이 없다면 나서지 않는 것이 방편”이라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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