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제자규
“세 글자로 맞춘 공자의 가르침”<br>번역·해설 권애영/176쪽/13,000원

우리는 오랜 한글 전용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저하되고 인성교육 역시 부실해졌으며 문화적 정체성이 약화되었으므로 한자를 정규교육과정으로 편성하여 교육하고, 한자교육을 통해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인성교육을 회복해야한다고 여기고 있다.
그리고 창조적 사고력과 동아시아 문화의 공통 코드인 한자교육은 문화국가의 발전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거대 경제시장인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자교육을 통해 어휘력 신장은 물론 문해능력 및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아울러 우리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인성교육에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교재와 교육방법 등은 아직 합의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가 합리적인 서구 문화를 이해하고 우수한 사상을 받아들여 우리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도구의 하나로 영어학습을 강조하듯이 동양의 기본 문화와 사상의 이해에도 역시 한자와 한문에 대한 소양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한자와 한문의 기초 소양을 거의 갖추지 못한 초보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고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교재를 찾기는 참 어렵다. 그렇다고 현대적 가치관을 담아 새로운 교재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까닭에 좀 더 폭넓은 시각으로 한자문화권 아동들이 사용하는 초보적인 교재에도 눈을 돌리는 시도가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해법의 하나인 중화문화권의 고전 기초교재인 『제자규』가 번역과 해설을 덧붙여 발간되었다.
이 책은 일부 중국어 학습자들 사이에서 학습교재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사용이 미미한 편이며 우리나라의 고전 학습자들에게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만을 비롯한 중국, 홍콩, 마카오 등 중화문화권에서 국가의 주도 아래 국학 교육의 고전교육에서 가장 기초적인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중화 문화권에서 『제자규』는 문자해득과 더불어 바른 인성을 함양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교재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서, 중국 각지의 출판사들은 경쟁적으로 다양한 형식으로 책을 발행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각 교육 기관과 가정에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제자규』를 소장하고 있으며 비단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인문소양 교육의 기초교재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활용한 직원교육을 실시하고, 공중파 방송에서는 학자들을 출연시켜 『제자규』를 해설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하였다.
또 심지어는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들에게 『제자규』를 활용하여 교화를 시킬 만큼 중화문화권에서 『제자규』가 널리 보급되어 있다.
『제자규(弟子規)』는 청나라 때 수재(秀才)였던 이육수(李毓秀)가 『훈몽문(訓蒙文)』이라고 지었으나, 후에 가존인(賈存仁)이 『제자규(弟子規)』로 바꾼 아동 계몽용 책이다. 『제자규』는 어린아이 혹은 학생들이 지켜야 할 규범, 규칙을 일러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으며, 아동들의 문자교육과 인성교육을 위해 만들어져 청대 중엽에 널리 성행하여 당시에는 영향력이 큰 책 중의 하나였다. 이 책은 청나라부터 시작하여 300여년의 세월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중화문화권에서 애용되고 있다.
『제자규』는 3자 1구의 형식으로 모두 360구 1,080자로 이루어져 있어 전체 분량이 아주 짧다. 구성은 총서(總敘)를 시작으로 입즉효(入則孝), 출즉제(出則弟), 근(謹), 신(信), 범애중(泛愛眾), 친인(親仁), 여력학문(餘力學文)의 일곱 항목으로 나뉜다. 『제자규』는 공자의 핵심사상과 유가의 예법을 아동의 눈높이에 맞게 서술하였다.
곧 『제자규』는 『논어(論語)』 「학이(學而)」 편에 나오는 “자제들은 집에 들어가서는 효도하고 나와서는 공손하며, 행실을 삼가고 말을 성실하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이들과 가까이해야 하니, 이를 행하고 남은 힘이 있으면 글을 배워야 한다(子曰: 弟子入則孝, 出則弟(悌), 謹而信, 汎愛眾, 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는 공자의 말이 기본이다. 이 문장을 바탕으로 삼아, 세 자씩 글자를 맞추어 어린이들이 읽기 쉽고 외우기 편하게 전체 내용을 만들었다.
『제자규』의 내용은 유가 경전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대부분 『논어(論語)』나 『예기(禮記)』에서 비롯된 내용과 함께 맹자와 주희(朱熹) 등 유학자들의 사상을 법칙과 표준으로 삼았다. 그런 까닭으로 아동이나 초학자를 대상으로 지은 주희의 『소학(小學)』이나 『동몽수지(童蒙須知)』, 그리고 박세무의 『동몽선습(童蒙先習)』과 율곡 이이(李珥)가 편찬한 『격몽요결(擊蒙要訣)』, 『사자소학(四字小學)』에도 일부 글자나 자수가 다르긴 하지만 『제자규』에 있는 내용이 여럿 등장한다.
이 책은 우선 단순히 한자의 낱자를 배워 익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 글자로도 여러 형태의 문장이 만들어지는 것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어 기초 한문 문장학습에 유익하다. 이는 일반적으로 초학교재로 쓰이는 『명심보감(明心寶鑑)』ㆍ『동몽선습(童蒙先習)』ㆍ『천자문(千字文)』ㆍ『추구(推句)』ㆍ『사자소학(四字小學)』과 비교하면 문장 구조가 복잡하지 않으면서 그 내용이 우리의 실생활과 가까워 접근하기가 훨씬 쉽다. 그리고 운율과 함께 일정한 대우ㆍ대구 규칙으로 문장이 이루어져 암송과 한문 문장의 구조파악이 쉽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또 우리나라 교육용 한자와의 상응도가 아주 높고 비교적 획순이 적은 한자를 사용하였기에 초학자들이 입문기에 알아야 할 상용한자를 쉽고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우리에게는 큰 이점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모님과 주변 사람을 대하는 태도, 바람직한 행동과 생활태도, 처세의 방법, 배움과 실천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하여 단순히 한자와 한문 문장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인성교육까지 함께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이 책은 우리나라의 전통사상 및 문화의 밑바탕에 깔린 유가의 핵심 및 기초사상을 알 수 있고 인문학적 소양을 넓혀서 동양문화권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현북스 02-3141-7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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