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76간언에는 조삼모사가 필요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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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역의 뜻은 가까우면서도 서로 얻지 못하면, 흉하거나 혹 해치며 후회스럽고 인색해진다는 것이다. [계사하전 12장]
적황이 장수로 추천한 악양이 중산을 쳐서 이기자, 위나라 문후가 태자에게 맡겨 다스리게 하였다. 승전의 잔치를 벌여서 술이 거나해지자, “나는 어떠한 임금인가?”하고 신하들에게 차례대로 물으니, 모두 “어진 임금입니다.”라고 하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어느덧 임좌의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어질지 못한 임금입니다.”하는 것이다. 귀를 의심한 문후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가?”하고 물었다. 임좌가 “중산에 아우를 봉하지 않으시고 임금의 아들을 봉하시니, 어찌 어진 임금이라고 하겠습니까?”하였다.
당시 중산과 위나라 사이에는 조나라가 있었으므로 지키기가 어려웠다. 조나라에서도 “보급로가 먼 중산을 치다가 실패하면 조나라가 강대해질 것이고, 승리하더라도 지키기가 어려워서 조나라 차지가 될 것”이라며 길을 빌려준 것이다. 중산을 지키는 장수는 사지에 떨어진 거와 같았다. 그래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장수가 맡거나 혹은 명분을 일으킬 희생양이 될 장수가 필요했다. 문후는 중산을 사수한다는 뜻으로 맏아들을 보냈지만, 그 이면에는 막내아들 편을 들어서 맏아들을 희생시키려는 후궁들의 사심이 들어있었다. 막내아들을 편애하는 속마음을 들킨 것이다.
문후가 화를 벌컥 내자, 임좌가 황급히 연회장을 떠났다. 문후가 또 적황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니 “어진 임금이십니다.”라고 하였다. 의심스런 눈빛으로 “어찌 그것을 아는가?”하니, “임금이 어질면 신하가 강직하다고 합니다. 조금 전 임좌의 말이 강직하니, 이것으로써 압니다.” 적황도 만만치 않았다. 그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할 말을 다한 것이다. ‘조금 전 임좌의 말이 맞지 않는가? 아직 다 크지 않은 태자를 사지로 몰아넣고, 막내만 편애하면서 어찌 공정한 임금이라고 할 수 있는가?’하고 임금을 책망한 것이다. 그러나 이 말에는 문후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져서 적황에게 임좌를 불러오라고 하고는, 몸소 아래로 내려가 임좌를 상객으로 맞이하였다.
이런 조삼모사식 화법은 한나라 원제 때도 되풀이 된다. 원제가 종묘에 추수감사제를 지내러 갈 때 배를 타고 가려 하였다. 그러자 어사대부 설광덕이 임금을 막아서면서 “다리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임금이 싫어하자, “신의 말을 듣지 않으시면 신은 이 자리에서 자결하여서 어가를 피로 더럽힐 것이니, 폐하께서는 종묘에 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하였다. 화가 난 임금이 설광덕을 죽이려 하자 장맹이 말리면서 “성군에게는 설광덕 같은 강직한 신하가 있다고 합니다. 또 성군은 몸을 위태하게 하지 않는 법이니, 설광덕의 말을 듣는 것이 옳습니다.” 황제가 “사람을 깨우치는 것을 이와 같이 할 수는 없는가?” 하고 다리를 이용했다.
바르고 곧은 말은 듣기 싫고, 아첨하는 말은 솔깃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바른 말을 안 할 수는 없다. 바른 말을 하되, 상대방이 좋아하는 내용으로 이해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가까이 했으면서도 상대방과 소통이 안 되면, 오히려 흉하게 되거나 서로 해치게 되므로 후회가 남는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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