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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33소통이 막혔을 때는 절약하고 양보하는 것이 덕목이다

편집부
2013.10.01·3분 읽기·조회 19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하늘과 땅이 사귀지 않는 것이 비괘니, 군자가 본받아서 덕을 검소하게 하고 어려운 것을 피해서, 녹(벼슬)으로써 영화롭게 하지 말아야 한다.[否卦 大象傳]

 

사람의 몸에는 8만 4천 개의 털구멍이 있다고 한다. 털구멍은 잘 안보이지만, 구규(九竅)나 십규(十竅)는 눈에 띄는 큰 구멍이며, 이들 모두는 나와 우주를 소통시켜서 생명을 유지케 하는 구멍들이다. 구규는 구멍이 두 개씩 있는 눈·코·귀의 여섯과, 한 개의 구멍으로 되어있는 입과 성기 그리고 항문의 셋을 더해서 모두 아홉 구멍을 말한다. 사람이 제대로 살려면, 잘 보고 잘 듣고 잘 말하고 잘 먹고 잘 배설되도록 구멍관리를 잘해야 한다.

 

또 열 번째 구멍은 여성에게만 있는 자궁으로 들어가는 구멍을 뜻한다. 이른바 통합하는 구멍으로, 평소에는 아홉 개의 구멍으로 우주와 소통하며 살다가 생생의 덕을 베풀 때는 열 번째 구멍인 10구멍을 통해서 후손을 이어가는 것이다. 

 

아홉 개의 구멍 중에 얼굴에 있는 일곱 개의 구멍은 늘 쓰는 구멍으로 밖으로 드러내야 잘 쓸 수 있고, 아래에 있는 두 개의 구멍은 평소엔 잘 안 쓰기 때문에 감추고 있어야 필요할 때 잘 쓸 수 있다. 마치 빛의 세계에서 적·주·황·녹·청·남·자의 일곱 색은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이고, 그 양 끝에 있는 적외선과 자외선은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니까 소통도 잘 해야 되지만 드러낼 것과 감춰야 할 것도 잘 가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비괘는 9규가 반대로 되었다고 해서 “비괘는 사람의 도가 아니다”라고 한다. 제일 위의 효가 양효이므로 눈이 한 개인 것이고, 그 밑의 오효도 양효이므로 귓구멍이 하나인 셈이며, 사효도 양효이므로 콧구멍이 하나이다. 보아도 초점이 맞지 않고, 들어도 어설프게 들으며, 숨을 쉬어도 모자라게 되니, 인간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또 삼효는 음효이므로 입은 둘이고, 이효도 음효이므로 성기가 둘이며, 초효도 음효이므로 항문이 둘인 셈이다. 사람 몸의 구멍은 외부와의 소통을 의미하고 소통이 되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두 개가 있어야 될 구멍은 모자라서 소통을 반밖에 할 수 없고, 한 개씩 있어야 될 구멍은 둘씩 있어서 두 배로 소통하자고 하니 소통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말하자면 버는 것은 반으로 줄어들고 소비는 두 배로 늘린 셈이다. 이대로 나가면 망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구멍을 잘 관리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지만, 이미 잘못 된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구멍들이 본래의 기능을 찾을 때까지 조심하고 절약하며 양보하고 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역에서도 “윗사람은 베푸는 덕을 적게 줄이고, 아랫사람은 너무 영화롭게 살 것을 요구하지 말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