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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191협박에 의한 약속은 지킬 필요가 없다

윤상철
2020.04.29·3분 읽기·조회 18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이는 우는 학이 그늘에 있거늘 그 자식이 화답하도다. 내게 좋은 벼슬이 있어서 나와 네가 더불어 얽히노라. 상에 말하기를 ‘그 자식이 화답함’은 속마음에서 원하기 때문이다.(중부괘 구이)

 

공자께서 철환천하를 하실 때이다. 3년 동안 진(陳)나라에 머물렀으나, 민공은 공자께 책임 있는 직책은 맡기지 않았다. 돌화살을 맞고 궁중에 떨어져 죽은 매 한 마리를 놓고 공자께 물으니, “숙신씨가 만든 화살이고 임금님 창고에도 있을 겁니다” 하자, 그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하면서도 여전히 자문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진나라를 쇄신시키지 못하고, 오나라를 선두로 진(晉)나라와 초나라가 번갈아 쳐들어와 진나라 땅을 빼앗는 것을 구경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돌아가자! 돌아가자! 나를 따르는 제자들은 뜻은 크나 일처리는 야무진 데가 없어서, 빛나게 큰 포부를 가졌으면서도 매듭짓고 처리할 줄 모르는구나!” 하시면서 진나라를 떠났다. 스승을 위할 줄만 알았지, 스승이 포부와 경륜을 다스릴 자리를 만들 줄을 모른 것이다.

 

마침 공숙씨가 포땅에서 반란을 일으켰는데, 공자 일행이 위(衛)나라로 가서 구원병을 데리고와서 반란을 평정할까봐 공자 일행을 가로 막으며 못 가게 하였다. 공자 제자 중에 공양유가 나서며 길을 막는 포땅의 반란군들과 싸웠다. 공양유는 천하장사인데다 키도 훤칠하게 컸는데, 죽기를 각오하고 싸움에 임하니 포땅의 반란군들이 모두 두려워하였다.

 

포땅의 반란군들이 큰 소리로 협상을 해왔다. “만일 위(衛)나라로 가지 않는다면, 일행을 통과시키 주겠소!” 그러자 공자께서 위나라로 가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을 하였고, 공자 일행은 풀려나게 되었다. 동쪽 성문을 나서자 공자께서 “원래 계획한대로, 곧바로 위나라로 가자”고 하셨다. 자공이 “철석같이 약속을 하고 맹서를 했는데, 그들과의 약속을 져버려도 됩니까?” 하자, 공자께서 “강요에 의한 맹서는 신(神)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시며 위나라로 출발하셨다.

 

위나라에 도착했을 때, 위나라 영공이 “포땅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묻자, “당연히 찾을 수 있습니다. 반란을 일으킨 것은 4~5명뿐이고, 그 밑의 사람들은 모두 위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의지가 있습니다. 더구나 포땅은 진(晉)나라와 초나라를 막을 수 있는 요충지입니다. 반드시 찾으셔야 됩니다”라고 하셨지만, 늙고 혼미해지기 시작한 영공이 흐지부지 넘어가서 포땅을 잃게 되었다.

 

공자께서 죽을 힘을 다해 겪은 뒤에 알게 된 포땅의 반란군에 대한 정보도 소용없게 되었고, 비록 강요에 의한 약속이지만 약속을 어겨가면서까지 위나라에 온 보람도 없어졌다. 그래도 우리 후학들은 한 가지 배우는 것이 있다. 강요와 협박에 의해 약속한 것은, 신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진실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위하면 상대방도 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고 약속도 지키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도 바로 약속을 져버리고 또 약속을 지킬 의무도 없다’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