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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四字論語> ‘一以貫之’ 하나의 이치로 모든 일을 꿰뚫는다

진성수
2020.05.14·4분 읽기·조회 29


 

진성수 / 전북대 철학과 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야! 너는 내가 많이 배우고 그것을 기억하는 자라고 여기느냐?” 자공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아닙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나는 하나의 이치로 모든 일을 꿰뚫은 것이다.”(子曰 賜也아 女以予로 爲多學而識之者與아 對曰 然하이다 非與잇가 曰非也라 予는 一以貫之니라. 「衛靈公」2)

 

공자의 학문태도를 보여주는 일이관지(一以貫之)란 말은 『논어』에서 두 번 등장한다. 첫 번째는 공자의 학통을 전수받은 증자(曾子)와의 대화였으며, 두 번째는 정치적인 식견이 탁월했던 제자 자공(子貢)과의 대화였다.

 

먼저 증자와의 대화 내용을 보자. 어느 날 공자는 증자와 여러 제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삼(參: 증자의 이름)아! 네가 나의 도(道)를 아느냐? 나의 도는 하나의 이치로 모든 일을 꿰뚫은 것이다.” 증자가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짧은 대화를 마친 공자는 곧바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제자들이 증자에게 물었다. “방금 전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증자가 말했다. “선생님의 도는 충(忠)과 서(恕)일 뿐이다.(「리인」15)”

 

충(忠)이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며, 서(恕)란 내 마음을 미루어 상대방을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중용』에서는 “성실한 것은 하늘의 도이며, 성실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인간의 도이다.(20장)”라고 말한다. 예로부터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찾아오는 자연의 순환처럼 오랜 세월 한결같은 모습을 ‘성실’과 ‘충’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성실과 충은 예로부터 하늘의 도(道)로 여겨져 왔다. 한편 이러한 하늘의 도를 본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로 생각했다. 이것을 ‘서’라고 말한다. 이처럼 충과 서는 서로 체(體)와 용(用)의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심오한 이치를 모든 제자들이 이해할 수는 없었다. 증자는 평소 성품이 매우 성실하여 공자의 한 마디 말도 허술하게 듣는 법이 없었다. 따라서 공자는 자신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증자에게 자신의 학문원칙을 이야기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자공과의 대화 내용을 보자. 공자는 자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賜: 자공의 이름)야! 너는 내가 많이 배우고 그것을 기억하는 자라고 생각하느냐?” 자공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아닙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니다. 나는 하나의 이치로 모든 일을 꿰뚫은 것이다.” 자공은 공자 문하에서도 특히 머리가 좋고 언변이 뛰어나며 박학다식하기로 유명한 제자이다. 자공은 정치적인 식견도 탁월하여 훗날 정치적으로 크게 성공한 후 공자의 재정적 후원자가 되기도 했다. 이런 자공에게 공자는 진정한 학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공자는 자신의 학문이 단순히 많이 배우고 그것을 기억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공자와 자공의 대화 내용을 볼 때, 아마도 자공은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믿고 많이 배우는 데에 치중했던 모양이다. 이런 자공에 대해 공자는 진정한 학문이란, ‘많이 배우고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배움에는 반드시 근본이 있어야 하고, 이 근본은 일관되게 지켜져야 한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무조건 많이 배워야 성공하고 사람행세도 할 수 있다’고 믿는 요즘 같은 세태에 한 번 쯤 되새겨 보아야 할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