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84

<span style="color: rgb(255, 0, 0);">자신이 만든 고깃덩어리 인간</span>

편집부
2015.10.27·4분 읽기·조회 22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초육은 엉덩이가 그루터기에 곤함이니, 그윽한 골짜기에 들어가 삼 년이 되어도 볼 수 없다. 상에 말하길 ‘그윽한 골짜기에 들어갔다’ 함은 그윽해서 밝지 못한 것이다.[困卦 初六]

 

수나라 때 소길이 지은 『오행대의』에는 사람을 25등급으로 나누고, 그 제일 끝 등급이 육인(肉人:고깃덩어리)이라고 하면서, “광기 있고 미련하며 아는 것이 없어서 아픈 것과 가려운 것도 구별하지 못한다. 움직이고 그칠 줄은 아나 고깃덩어리와 다름이 없다.”고 평하였다. 그저 먹고 자고 숨 쉴 뿐이라는 것이다. 설마 이런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중국의 한나라에서는 인위적으로 육인을 만든 일이 기록에 남아 있다. 고조의 부인들 사이에서 발생한 시앗싸움의 결과이다.

 

한나라 고조는 여러 처첩 중에서도 유독 척부인을 사랑하여 전쟁터를 누빌 때도 항상 옆에 두고 사랑했으며, 그 사이에서 여의(如意)를 낳았다. 여의는 ‘뜻과 같다’는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척부인과의 사랑의 결실이라서 고조의 마음에 들었다. 본부인 여후와의 사이에서 낳은 태자 영은 인자하기만 할 뿐 유약한 성품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여의는 자신을 쏙 빼닮은 성품이어서 항시 태자를 바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낌새를 눈치 챈 여후가 반대를 하려고 해도, 늙었다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바람에 고조를 만날 수조차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조가 태자를 바꾸려 할 때마다 장량을 비롯한 대신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곤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애를 태우던 차에 고조가 서거하자 여후는 기다렸다는 듯이 눈엣가시 같던 여의를 독살했다. 이어서 척부인의 손과 발을 자르고, 눈알을 빼고, 약물로 귀를 지지고, 벙어리 약을 먹여 변소 안에서 살게 하면서, ‘인체(人彘:사람돼지)’라고 부르게 하였다. 강제로 육인을 만들어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면서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시킨 것이다. 이 인체 사건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여후의 친아들인 황제가 보고는 크게 놀란 나머지 병이 들어 한 해가 넘도록 일어나지 못하였고, “이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신이 태후의 아들이 되어 마침내 천하를 다스리지 못하겠습니다.” 하며 술로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또 “인체를 모르는가?”라는 말은 본부인을 멀리하고 애첩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큰 경계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스스로 인체가 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를 거부해서 귀를 멀게 하고, 보기 싫다고 해서 꼭 보아야 될 일을 멀리함으로써 눈을 멀게 한다. 듣기를 거부하는 것은 ‘귀 밝을 총(聰)’을 멀리한 것이고, 보기를 거부하는 것은 ‘눈 밝을 명(明)’을 멀리한 것이니, 스스로 총명과 거리를 둔 것이다. 총명하지 않다보니 말하기도 귀찮고 두려워서 자신의 뜻을 표현하지 못하니, 외부와의 소통을 강제로 차단당한 인체와 다를 것이 없다. 인체가 타인에 의해 강제로 단절을 당한 타작육인(他作肉人)이라면, 현대인의 불소통은 스스로가 만든 자작육인(自作肉人)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자신도 약하고 도와줄 사람도 없다고 해서, 자신이 파놓은 굴로 들어가다 보면 나올 수 없으니, 총명하지 못한 처사다’라고 해서, 원망과 불소통이 쌓여서 자작육인이 됨을 경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