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194트럼프의 꼬리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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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상육은 숫양이 울타리를 받아서, 물러날 수도 없으며 나아갈 수도 없어서 이로운 바가 없다. 어렵게 여겨 대처하면 길하리라. 상에 말하기를 ‘물러날 수도 없고 나아갈 수도 없는 것’은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고, ‘어렵게 여겨 대처하면 길함’은 허물이 커지지 않기 때문이다.(대장괘 상육)
미국에서 한 흑인이 죽었다. 대낮에 손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우고 넘어뜨린 뒤에, 무릎으로 8분 이상 목을 눌러서 죽였다. 서로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성격차이로 자주 다투었던, 그래서 미주알고주알 잘 알던 사이란다. 한 사람은 경찰이 되어서 체포하러 나왔고, 한 사람은 위조 화폐를 썼다고 의심받는 현행범이다. 그 경찰의 동료도 세 사람이나 곁에 있었지만 말리지 않았고, 현장을 목격한 시민이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살인이고, 공권력을 빙자해서 과거의 좋지않았던 감정을 푼 더러운 폭력이다.
당연히 여러 사람의 공분을 샀다. 흑인이라서 폭력과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한 흑인들이 거리로 나왔고, 이에 동조한 백인들도 합세해서 백인 경찰의 고의적 살인을 성토했다. 미국 전역이 들썩였다. 그러자 경찰이 고무총을 쏘고 최루탄을 난사했다. 경찰의 깔끔하지 못한 대처에 더 많은 군중이 몰려들었고, 경찰이 데모대열을 막느라 경황이 없게 되자, 여기저기서 약탈이 벌어졌다. 선진국 미국이 순식간에 무법천지가 된 것이다.
여기에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대책이 불을 질렀다. 군대를 동원한 것이다. 공격용 헬리콥터가 저공비행을 하고 탱크가 굉음을 내며 위협을 했다. 시민들은 졸지에 적군이 되었다. 그러자 같은 당의 국회의원들이 등을 돌리고, 국방장관이 연방군의 동원을 반대하고, 합참의장은 대통령과 같이 사진을 찍혀서 연방군 동원에 찬성한 것처럼 보인 것을 부끄러워했다. 사면초가가 되자 트럼프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사태가 안정되어서 연방군을 동원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 것이다.
위나라 무후(武侯)가 배를 타고 가다가 대장군 오기를 돌아보며 “아름답구나! 산과 강의 험고함이여! 이것이 위나라의 보배로다!” 산과 강이 험해서 적군으로부터 침략당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오기가 “임금님의 덕이 중요하지, 지형의 험고함이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임금께서 덕을 닦지 않으시면, 이 배 안에 있는 사람이 모두 적군이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임금이 폭군이 된다면, 임금을 지키고 있는 충성스러운 병사들이 오히려 임금을 죽일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억울하게 죽은 흑인을 충분히 애도하고, 남은 가족들을 보살피고, 살인을 한 경찰들을 법에 따라 처벌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면, 대통령으로서의 덕을 닦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 군대는 물론 경찰을 동원해서 막을 필요도 없다. 국민을 위무하면서 덕을 닦을 생각은 하지 않고, 경찰과 군대의 힘을 빌리려다가 일을 크게 벌리고 자신은 사면초가에 갇힌 신세가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른 꼬리를 내린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힘을 앞세워 급히 서둘면 위험하게 되니, 상황을 잘 판단해서 대처하면 흉이 돌아서서 길하게 된다”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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