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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200큰 잘못이 없으면 고치지 말아라

윤상철
2020.08.28·4분 읽기·조회 21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상구는 망령됨이 없는데 나아가면 재앙이 있어서 이로움이 없다. 상에 말하기를 ‘무망의 나아감’은 궁극해져서 재앙이 있는 것이다. (무망괘 상구효)

 

인조반정에는 여러 반정공신의 공 외에도 자미두수라는 인생미래 예측학이 큰 공을 세웠다. 우리나라에서 자미두수라는 예측학을 크게 알린 사람은 심곡 김치이다. 심곡은 부평부사 김시회의 아들이고, 숙부이자 양아버지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의 영웅 김시민이다. 집안도 좋고 과거에 합격하여 사가독서의 영광을 누리는 등 승승장구하였으나, "어릴 적부터 학문에 정진하여 경서에 통달하였고, 특히 점술을 연구하여 천문에 밝았으나 재물을 탐내어 비난을 받았다." 이것이 그의 관직생활에 대한 평이었다.

 

광해군의 학정이 날로 심해지자, 자신의 정치적 뿌리인 대북파가 망할 것을 알고, 병들었다 핑계대고 사직하고는 서울 남산골에 은거하며 사람들의 미래를 예측해 주었다. 평소 깊이 심취한 자미두수로 자신의 미래를 예측했는데, 이름에 물(水)이 있는 귀인을 만나면 3년을 더 살면서 삶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늦은 밤에 심기원이 찾아와 사주팔자를 봐달라고 하였다. 심곡이 "조만간에 요직에 등용될 운명"이라고 했다. 이에 힘을 얻은 심기원이 친구들 사주를 보여줬고, 그 때마다 "요직에 등용될 운명"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마지막으로 능양군의 사주를 보여주었다. 심곡이 한참을 살피다가 군왕 사주라 하면서 큰절을 올리자, 심기원이 놀라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역모가 발각되면 반역죄로 3대가 몰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분위기가 묘한 침묵으로 흐르자 심곡이 "실은 나야말로 곧 참형을 당해 죽게 될 팔자입니다. 그래서 관직을 사임하고 은거하며 공을 기다린 것입니다. 아마 공께서 내 귀인인 듯 싶은데, 혹시 이름 글자에 수(水)가 들어 있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이에 심기원과 밀약을 맺고, 거사날을 열흘 앞당기는 등 혁명에 대해 여러 조언을 했다. 그 덕분에 인조반정 후에 대북파로 몰려 유배당하였다가, 곧 풀려나 동래부사를 거쳐 경상도관찰사가 되었다.

 

그런데 정치적 뿌리가 깊지 않아서 반란의 고변이 끊이지 않던 혁명정부에서, 심곡을 불안한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본래 태생이 대북파인 심곡이 배반하면 정권이 위험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감지한 심곡이 고향에 가서 죽고자 했다. 그래서 소를 타고 안동을 향해 떠났다. 중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 유명한 술객이 운명을 예측했는데, "화산기우객(華山騎牛客) 두대일지화(頭帶一枝花)(화산에 소를 타고 지나는 길손이/ 머리에 한 송이 꽃을 꽂았네)"라고 열 글자를 적어 주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드디어 고성 땅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날 객사에서 시중드는 기생이 심곡의 머리를 짚자 그 시간부터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영면하였다. 고성을 들어가는 고개 이름이 화산인데 소를 타고 넘었고, 머리에 손을 댄 기생의 이름이 일지화였다고 한다. 중국의 역술가 말대로 죽은 것이다. 아마 일지화라는 기생에게 독살당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죽는 날을 3년 더 연장해서 선행과 선정을 베풀어서 좋았지만, 나라 전체로 볼 때는 병자호란을 불러와서 백성을 재앙의 구렁텅이로 빠트리고 말았다. 그래서 역에서는 "큰 잘못이 없는데 고쳐보려고 애쓰면, 일이 잘못 되어 더 큰 재앙을 부를 뿐이다"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