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204누구나 신명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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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인을 나타나게 하며 그 쓰임을 감춘다. 모든 사람을 고무진작시키며 자기 역할을 하게 한다.(계사전 상5장)
“양보(壤父)는 요임금 시대 사람이다. 요임금 때는 천하가 크게 평화로워서 백성들이 무사태평하였다고 한다. 양보는 나이가 80여 세였는데 나무로 밭두둑을 다지면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것을 본 사람이 ‘대단하구나! 요임금의 덕이여!’하고 감탄했다.
그랬더니 양보가 ‘내가 해가 뜨면 일어나 일을 하고/ 해가 지면 들어와 쉬며/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 밭을 경작해서 곡식을 먹네/ 그런데 임금의 덕이 나에게 무슨 이익을 주었는가!’하며 노래를 불렀다.”
진(晉)나라 황보밀이 쓴 고사전(髙士傳)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땅을 치며 노래부른다는 뜻의 ‘격양가’로 유명한 노래이다. 밭을 경작해서 곡식을 추수한 것도 나이고, 우물을 파서 물을 떠먹은 것도 나인데, 먹고 마신 것이 어찌 요임금의 덕택이냐고 항변한 것이다.
주역 계사전에는 “인을 나타나게 하며 그 쓰임을 감춘다. 모든 사람을 고무진작시키며 자기 역할을 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인(仁)’은 ‘어질 인, 만물을 낳을 인, 씨앗 인’이라고 한다. 양의 덕이고, 봄의 덕이며, 만물을 태어나게 하고 잘 살게 북돋아주는 덕이다. 행인(杏仁)은 살구씨를, 도인(桃仁)은 복숭아씨를 말한다. 씨앗은 아주 작지만 그 속에서 크고 무성한 나무가 자라난다. 그러니까 ‘인을 나타나게 하는 것’은 씨앗이 발아해서 무성한 나무가 되게 한다는 것이다.
줄기가 나타나고, 가지와 잎새가 나타난다. “아! 이 씨앗이 복숭아 씨앗이었구나. 참 크고도 무성하게 자랐네. 이 열매 좀봐. 참 향기롭고 맛잇게 생겼네.”하고 그 실체를 다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그 쓰임을 감춘다’는 것은 무엇인가? 복숭아나무가 그렇게 크고 무성하게 자랄 때까지, 땀흘려 거름을 주고 잘 보살폈다는 공덕을 굳이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자식을 낳아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지혜가 뛰어나며 인물이 훤하고 등등 훌륭한 사람이라는 실체는 다 드러내게 하지만, ‘이 어미는 돈이 아까와서 허름한 옷을 입고 싸구려 음식을 먹었지만, 너만은 좋은 학원에 보내고 일류대학을 나오게 하고, 영양가 있는 좋은 음식을 먹게 함으로써 꽃으로 수놓은 편한 길을 가게 하였다. 등등’ 어렵고 힘들게 키운 이야기는 감춘다는 것이다.
양보가 자신이 노력해서 먹고 마신 것은 ‘인을 나타나게 하는 것’에 해당한다. 스스로 노력해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하늘이 준 성품을 다 발현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보가 노력할 수 있도록 ‘외적을 막아주고, 도둑이 없게 하고, 사람들이 평화롭게 서로 돕게 하는 환경’은 요임금이 만든 것이다. 또 양보로 하여금 밭을 잘 갈고 우물을 파게 해서 ‘내가 내 힘으로 산다’는 자긍심이 들도록 한 것도 요임금이 정치를 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노래를 전해들은 요임금은 대만족을 했다고 한다. 백성이 임금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를 잘하느니 못하느니, 지금 임금은 덕이 많으니 적으니 하고 열띤 언쟁을 하면, 임금이 백성을 괴롭히는 악정을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란 임금의 존재에 관심이 없는 정치이고, 중간 심부름꾼인 관리의 존재조차도 잘 모르게 하는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각자 제멋에 겨워 살게 하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 사람의 존재조차 관심없게 한다. 모든 사람이 흥이 나서 자신을 구현하게 하는 것이 역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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