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205충고할 사람에게 충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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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상구는 살지게 도피함이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상에 말하기를 ‘살지게 도피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음’은, 의심할 바가 없는 것이다.(천산돈괘 상구효)
공자의 손자 자사와 위나라 무후가 만난 시기를 고증해 보면, 자사의 나이가 106세 가량 되어야 하므로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서인 자치통감이나 자사의 일화를 전한 자사자전서 등에 나오는 기록이므로 사실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자사가 위나라로 갔을 때, 위나라 임금(무후)이 성인의 후손이 찾아왔다고 하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이어서 위나라에 복을 주기 위해 오셨으니 사람을 추천해 달라고 하였다. 자사가 “명성이 있는 사람을 원합니까? 아니면 능력이 있는 사람을 원합니까?”하고 묻자, 무후가 능력이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먼저 이음(李音)을 추천했다. 하지만 무후는 이음이 농부의 후손이라는 말을 듣고 크게 비웃으며 거절하였다. “대대로 벼슬을 하던 사람의 후손도 자리가 모자라 등용하지 못했는데, 농사꾼을 어디에다 씁니까?”
자사가 “주공이 성인이라고 해서 그 후손인 노나라 임금들도 모두 성인입니까? 강숙이 현인이라고 해서 그 후손인 위나라 임금이 모두 현인입니까? 이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조상이 농사꾼이라고 해서 이음도 농사꾼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저는 지금의 이음이 훌륭한 현인이라는 것입니다”라고 아무리 알아듣게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끝내 “명성보다는 능력을 원한다고 하셨지 않습니까?”라고 해도 묵묵부답으로 비웃기만 할 뿐이었다.
자사는 한 번 더 사람을 추천한다. “구변(苟變)의 재능이 500승을 거느릴만한 명장입니다.” 무후가 “나도 그가 능력이 있음을 압니다. 그런데 백성에게 세금을 거두면서, 백성의 계란 두 개를 그냥 먹었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입니다.” 능력은 있지만 명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자사가 “사람을 임명할 때, 그 사람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은 버리는 것입니다. 유능한 목수는 몇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가 두어 자 썩었다 해서 버리지 않습니다. 임금께서 전국시대에 살면서, 계란 두 개를 가지고 용장을 버리시니, 이웃 나라가 알까 걱정입니다”라고 하였다. 무후가 “잘 알겠습니다”라고 하였지만 끝내 구변을 쓰지 않았다.
이쯤 되면 위나라를 떠나야 했다. 위나라 임금은 겉만 의식하는 사람으로, 자사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것이다. 다만 공자님의 손자이니, 남을 의식해서 내쫓지 못했을 뿐이다.
그런데 자사는 한마디 더했다. 무후가 신하들과 토론할 때마다, 마치 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옳습니다. 지당하십니다. 성군이십니다” 등등의 칭찬 일색으로 일치하였기 때문이다.
“임금님의 나라는 날이 갈수록 잘못될 것입니다. 임금님께서 국사를 논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펴시는데, 경대부가 감히 그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고 ‘네, 네, 옳습니다’ 하기만 합니다. 또 경대부들이 잘못해도 그 밑의 관리나 백성들이 한 마디도 말을 못합니다.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따르기만 하는 것은, 윗사람을 칭찬하면 복을 주고, 바로잡으려 하면 벌을 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말을 끝으로 위나라를 떠나게 되었다. 위나라 임금은 충신을 원한 것이 아니고 아부하고 순종하는 사람을 원한 것이다. 또 능력 있는 사람을 원한 것이 아니고 명망 있고 세련된 사교계 인사를 원한 것이다. 입으로는 능력과 실질을 말하지만, 속으로는 순종과 칭찬을 원했던 것이다. 조금의 비판도 들을 귀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바꿀 수 없는 사람이라면, 미련을 두지 말고 떠나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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