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206기미를 알아보는 사람이 참군자다

윤상철
2020.11.28·4분 읽기·조회 29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기미를 아는 것이 신령스럽구나! 군자는 윗사람에게 아첨하지 않으며, 아랫사람을 모독하지 않으니, 그 기미를 아는 구나! 기미라는 것은 움직임의 미미한 것이니, 길한 일 흉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먼저 나타나는 것이니, 군자는 기미를 보고 일을 하기 때문에 날이 마칠 때까지 미적거리지 않는다.”(계사전 육삼효)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두어 달 전부터 태백에 있는 집을 열거나 닫을 때면 나는 소리이다. 도대체 웬 난데 없는 동요가 울려 퍼지나? 문을 여닫는 사람마다 이유를 몰라 하며, 현관 도어락에서 나는 뜬금없는 동요소리에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웃을 뿐이었다.

 

태백의 집은 1천5백만원에 산 작은 집이다. 과거 태백시가 탄광촌으로 이름을 날릴 때 광부가족들이 단체로 살던 사옥(社屋)이다. 이제는 탄광이 없어지고, 싼맛에 노인들이 살다가 교통도 불편하고 해서 더욱더 싸진 연립주택이다. 공기좋고 물 맑고 조용해서 글쓰기 딱좋다 생각하고 무조건 구입했다. 이제는 한달에 두 번 정도 가지 않으면 병이 나는 정든 집이다. 그런데 번호식 도어락에서 노래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도어락을 조작할 능력도 없고 그저 웃기만 하였다.

 

그런데 지난주 금요일 새벽 1시에 도착해서 문을 열려는데 문이 열리질 않는다. 비밀번호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또 밖에 나가서 우리집인가를 확인해 보았다. 틀림없는 비밀번호이고 우리집인 것도 틀림없었지만, 아무리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았다. 열리는 척 하다가 ‘스르륵’ 하고 번호판이 꺼져버리는 것이다. 믿거니 하고 한밤중에 찾아온 집이라 황당했다.

 

마침 비어있는 이웃의 후배집에서 자기로 하고 차에 시동을 걸다가,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어서 “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열어볼게” 하고는 아주 빠른 속도로 비밀번호를 눌렀더니 문이 열렸다. 도어락의 건전지 수명이 다했지만, 짧은 시간에 집중하니 문이 열린 것이다.

 

“내 생각이 맞았지!” 하는 자화자찬은 잠시 뿐, 두 달 동안이나 “주인님! 나 힘이 떨어져가요. 건전지 바꿔주세요” 하고 사인을 보냈는데, “애가 왜이래! 갑자기 무슨 따르릉?” 하고 웃기만 했던 나를 돌아봤다.

 

덕소에 사시는 안 선생님이 갑자기 생각났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사실인가봐. 덕소 제일 부자였던 우리집에 알 잘 낳던 암탉이 갑자기 수탉 흉내를 내면서 우는 거야. 그러더니 한 해를 못 버티고 집안이 쫄딱 망했지 뭐야.” “그 암탉은 어떻게 했어요?” “집안 망하게 한다고 잡아 먹었지. 그런데 암탉이 없어졌어도 집안이 망한 거야.” “아! 형님도. 집안이 망할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암탉이 열심히 울어주었는데, 훈장을 주면서 집안 단속할 생각은 안하고, 저놈의 암탉! 하고 잡아 먹었으니 집안이 망할 수 밖에요. 충신을 죽인거예요. 충신을!”

 

다른 사람의 일에는 이렇게 평가를 잘 하던 내가, 막상 나의 일을 겪을 때는 두 달이나 바보짓을 했던 것이다. 도어락에서 평소에 안나던 소리가 날 때, “왜 그럴까?” 하고 잠시만 생각했더라면 그런 낭패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재가 미쳤나 보다. 웬 뜬금없는 소리?” 하고 웃기만 했다. 조짐을 아는 자 천하를 경영한다고 했는데, 아무리 조짐을 보여줘도 몰라본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길한 일이 벌어지거나 흉한 일이 벌어지거나 갑자기 일어나지 않는다. 아주 미세하지만 그 조짐들이 먼저 나타나는데, 군자는 그 조짐을 보고 미래에 일어날 길흉을 알기 때문에 바로바로 일처리를 해서 막힘이 없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