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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211칭찬으로 인도한다

윤상철
2021.02.10·4분 읽기·조회 47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상구는 덜지 말고 더해주면 허물이 없고, 바르고 길하다. 나아가는 것이 이로우니, 신하를 등용함에 원근과 친소가 없을 것이다. 상에 말하기를 ‘덜지 않고 더해줌’은 크게 뜻을 얻은 것이다.(손괘 상구효)

 

공수자(公輸子)는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기술자로 이름은 공수반(公輸盤)이다. 대나무를 깎아서 까치를 만들어 날렸는데, 사흘 동안이나 하늘에 떠있었다고 할 정도로 그 기술이 아주 뛰어났다. 묵자가 “그 좋은 기술로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수레 같은 것을 만들면 좋겠다. 사람에게 이로우면 훌륭한 기술이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졸렬한 것이다”라고 하자 깊이 승복을 하였다.

 

공수자가 성을 공격하는데 쓰이는 이동식 고공사다리를 만들게 되었다. 꼭 시험해보고 싶은 욕심에 초나라로 달려가서 송나라를 치자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묵자가 초나라로 달려가서 의로써 설득하였다. 초나라 임금과 공수자가 “송나라를 치는 것이 의롭지 못하기는 하지만, 나는 이 공격용 사다리를 시험해보고 싶다”고 하였다.

 

묵자는 허리띠를 풀어서 가상의 성(城)을 만들고, 나무 조각으로 공격용 고공사다리와 방어용 기계를 삼아, 공수자에게 모의 전쟁을 해보자고 하였다. 공수자가 계속해서 아홉 번을 공격했으나 묵자의 방어가 뛰어나 아홉 번 모두 격퇴 당했다. 여기서 “공수자 구공(公輸子九攻)에 묵자 구거(墨子九拒)”라는 말이 생겼다. 또 묵적지수(墨翟之守 또는 줄여서 墨守)라는 말도 생겼다. 완벽한 방어라는 뜻이고, 묵적은 묵자의 본명이다.

 

자신의 공격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화가난 공수자가 “최후의 방법이 있으나 차마 말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 말에 묵자도 “그 방법은 나도 알지만 나 역시 말하지 않겠다”고 하니, 초나라 왕이 그 방법을 물었다.

 

묵자가 “공수자는 저를 죽이면, 송나라는 이러한 방어법을 모르므로 공격해 빼앗을 수 있다는 생각일 겁니다. 하지만 이미 금활리(禽滑釐) 등 저의 제자 300명이 제가 발명한 방어용 기계와 전술을 습득해서 지키고 있으므로, 저를 이 자리에서 죽인다 하더라도 송나라를 점령하지는 못할 것입니다”고 하였다. 이에 초나라 왕이 “알았다. 송나라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잘 드는 칼을 들고 있으면 휘두르고 싶고, 날카로운 창이 있으면 찔러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잘 드는지, 얼마나 날카로운지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다. 공수자는 평소 자기가 만든 도구를 자랑하고 싶어 했는데 만만한 나라가 송나라였다. 공격용 무기를 만들어서 송나라를 칠 것을 생각했지만, 묵자에게 감화를 받은 뒤로는 그것을 포기하며 “이제부터는 의롭지 않은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하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공격용 고공사다리를 만들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실전에서 얼마나 기동성이 있는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성벽을 넘을 수 있을지 등등을 시험해서 칭송을 듣고 자부심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공명심이 많았던 것이다.

 

애초부터 모형 까치를 운송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공수자의 기술을 쓸모 있는 방향으로 인도하였다면, 사람들은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행복했을 것이고, 공수자도 칭송과 자부심을 누려서 좋았을 것이다. 나의 가족이나 남의 가족이나 차별 없이 사랑하며,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전쟁을 막겠다는 마음은 많았지만,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하는 재능이 부족해서 공수자와 초나라 임금을 부끄럽게 하고,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지 못해서 금활리 등 제자들을 손발이 부르트고 못이 박히도록 고생만 시켰다.

 

그래서 역에서는 ‘단점을 흉보지 않고 장점을 칭찬해서 길러주며,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면 인심을 크게 얻을 것이다’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