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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222필요가 만든 천상열차분야지도

윤상철
2021.07.28·4분 읽기·조회 31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오는 흩어지는 때에 큰 호령을 땀나듯 하면, 흩어지는 때에 왕이 해야 할 도리니 허물이 없을 것이다.(환괘 구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의 국보였고, 현재는 대한민국의 국보이다. 국보는 국가가 지정한 보물 중에 최상급 유물이고, 문화재 가운데 인류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을 문화재청이 지정하고 등록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만들면서 국보로 존중되었다. 아니, 국보로 존중하려고 만들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 건국을 기념해서 만든 천문도이다. 그저 단순한 기념 상징물이 아니라, 그 실무책임자였던 류방택에게 개국공신의 서훈을 주려고 할 정도로, 건국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보물이었다.

 

󰡔교은선생 문집󰡕에 실려 있는 「금헌 류공 행장」을 보면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든 공으로 류방택에게 개국 1등공신의 상을 주려하였으나 굳게 사양하였다”고 하였다.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천문도를 조금 고쳐서 돌에 새겼다고 해서 개국공신으로 표창하려고 한 것이다. 이 기록이 사실이라면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우는데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든 것이 가장 큰 공이라는 말이 성립된다. 개국 1등공신은 나라를 세우는 데 아주 큰 공이 있는 사람에게만 주는 특별한 대접이고 처우였기 때문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들 당시 태조 이성계는 명나라 황제로부터 ‘조선’이라는 국호만 받고 아직 국왕으로 인정받지 못한 ‘권지국사(權知國事)’였다. 임시로 나랏일을 맡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동맹관계였던 명나라가 원나라를 완전히 몰아내자 생각이 바뀐 것이다. 고려로부터 임금의 자리를 찬탈했다는 오명을 씌우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만 그렇게 몰아붙인 것이 아니고, 이색이나 길재 같은 고려의 유신들과 백성들 역시 고려를 그리워하고 다시 세우려는 자가 많았다.

 

고민을 하던 태조에게 왕조 교체의 당위를 뒷받침해줄 천명의 징표가 왔다. 고구려가 멸망할 때 잃어버렸던 천문도 탁본을 얻은 것이다.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천문도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하늘이 조선건국을 인정하고 축하한다는 서기의 상징이다.

 

고대사회에서 하늘의 별 무늬 즉 천문은 하늘의 뜻을 만백성에게 보여주는 천명으로 인식되었다. 천문을 살펴서 농사를 짓고 전쟁을 할 시기를 결정하는 등, 크고 작은 모든 행사의 때를 알아내고 결정했다. 하늘의 별자리에 삼공 좌보 우필 내좌 등등 벼슬이름을 붙여서 별자리의 형태에 따라 해당 관리가 잘하고 못하고를 점쳤고, 농사에 관련된 곡식이름과 절구공이 등의 별자리를 두어서 풍년과 흉년을 점쳤고, 똥 오줌 화장실 우물 등 일상생활에 관련한 별자리로는 사람의 건강과 전염병 등을 예측하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하늘에서 일어난 일은 지상에서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새긴 권근의 글에 “우리 전하께서 임금이 되라는 천명을 받으신 초기에 천문도 탁본을 바치는 사람이 있었다. 전하께서 그것을 보배처럼 소중히 여기시어 서운관에 명해서 …, 단단하고 아름다운 돌에 새겨서 자손만대에 영원한 보물로 삼게 하시니, 공덕이 융성하게 될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고 하였다. 고려를 멸하고 조선을 건국한 정통성을 천문도가 부여함으로써 반역의 분위기를 혁명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조선 건국의 1등 공신이 될 수 밖에! 천명도 필요해서 간절히 바라면서 할 도리를 다하면 그 해결책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도 “몸과 마음을 다해 지극정성으로 원하고 실천하면, 할 도리를 다하는 것이니 잘못이 없게 된다”라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