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225사회가 각박해지면 예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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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글로는 말을 다할 수 없으며 말로는 뜻을 다할 수 없으니, 그렇다면 (오래 전에 돌아가셔서 직접 듣지 못한) 성인의 뜻을 알 수 없는 것인가?(계사전 상 12장).
병신은 몸에 병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몸의 일부가 잘못된 사람이라는 뜻이다. 장님은 눈이 먼 사람이고, 언청이는 입이 찢어지고 벌어져서 입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입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이 모두가 상대방의 상태를 정확히 표현한 말이고, 또 오랜 세월 동안 익숙해져서 이해하기 쉬운 말들이다.
요즘에는 이런 말을 쓰지 못한다고 한다. ‘장애인(障礙人)’이라고 불러야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은 무엇일까? 사회에 장애가 되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닐 것이고, 몸에 장애가 있는 사람, 그러니까 병이 있어서 몸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사람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병신과 장애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둘 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던가? 다만 ‘병신’이라는 말은 이미 오랫동안 써왔던 용어이기 때문에 오염이 많이 되었을 것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태의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보니, 병신이라는 말에서 좋은 의미보다는 나쁜 의미를 연상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비하하는 말이라고 하며 화를 낼 필요가 있을까?
또 ‘아줌마’라는 말이 중년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니 말조심하라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의 아줌마는 못하는 일이 없다고 할 정도로 할 말 다하며 경험 많고 능력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알고 있었는데, 그 말이 중년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놀랍다. 그러면 뭐라고 부를까?
얼마 전 모 걸그룹의 구성원 중에 외국에서 살다 온 멤버가 있었는데, 옆의 친구가 애가 “대단하다”라고 말하면 그 말이 칭찬인지 비아냥대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하며 웃는 것이었다. 발음과 억양이 우리가 쓰는 말과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말은 소리글자를 쓴다. 사람의 말소리를 기호로 나타내는 문자인 것이다. 글자에 뜻이 담긴 그림글자와 달라서 억양을 어떻게 내냐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 말했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앞서 말한 “대단하다”도 정말 대단해서 감탄하는 말이 될 수도 있고, “그래 참, 대~단하다”하며 비아냥거리는 뜻으로 말한 것일 수도 있고, “으이고, 참 대단하다, 대단해 쯧쯧” 하며 한심하다는 뜻으로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줌마도 그렇고 병신도 그렇다. 어떻게 억양을 달리해서 발음하냐에 따라 욕이 될 수도 있고, 일상적인 언어로 쓸 수도 있는 것이다. 친구 간에 “어휴, 병신, 그렇게 하는게 아냐.”라고 할 때도 있고, ‘병신’ 대신에 ‘바보’를 넣어서 쓸 수도 있다. 물론 상대방이 안 좋게 생각한다면 용어를 바꿔야 하겠지만, 그 말을 한 배경과 상황을 살필 생각도 안하고, 너무 예민해진 까닭에 ‘무조건 쓰지 말라’고 하면서, 쓰고 있는 말들을 사장시켜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살기가 어렵고 사회가 각박해지면,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게 된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말도 말꼬리를 잡으며 싸우고자 덤벼드는 것이다. 그러면 소통을 할 수가 없다. 여유를 가지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풍토가 필요하다. 표현을 달리하는 말이 풍성해야 문화가 발전하며 사회가 풍요롭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에서도 ‘상황을 잘 살펴서 이해하여야 한다. 직접 보고 듣지 못했더라도, 상황을 설정해가며 진의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고 상대방을 칭찬하여 격려함으로써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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