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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234제석하는 마음으로 살자

윤상철
2022.01.24·4분 읽기·조회 30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삼은 평평한 것은 기울어지지 않음이 없으며 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없으니, 어렵게 생각하고 바르게 하면 허물이 없어서, 근심하지 않더라도 미덥다. 먹는 데 복이 있을 것이다.(태괘, 구삼)

 

음력 설의 전날을 ‘섣달 그믐’이라 하고, 그 저녁을 ‘제석(除夕)’ 또는 ‘제야(除夜)’라고 한다. 또 한 해의 끝이라는 뜻에서 ‘세밑’, 한 해의 마지막 저녁이라는 뜻에서 ‘세모(歲暮)’라고도 한다.

 

1년 365일 모든 날에 저녁이 있고 밤이 있지만, 특히 섣달 그믐의 저녁만을 제석이라고 하여 여러 행사를 한다. 여기서 ‘제’자는 ‘없앤다, 덜어낸다, 깨끗이 한다, 다스린다’의 뜻이다. 그러니까 ‘지난 해를 깨끗이 덜어내고 새마음으로 새해를 편다’는 제구포신(除舊布新)하고 송구영신(送舊迎新)하는 것이다.

 

이날이 되면 전해오는 풍속이 많아 바쁘다. 우선 각 집마다 구석구석을 깨끗이 치우고 수리한다. 여기서 나온 쓰레기는 마당 한 구석에 모아놓고 모닥불을 피워 태우면서, “이제 이 집에 있던 모든 잡귀가 다 타서 없어졌다. 새해는 우리 가족이 하기 나름이다”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몇 시간 안 남은 날에 ‘제구포신’을 하려니 시간이 급하다. 가족이 모두 모여서 지난해에 잘 한 것은 칭찬하고 잘못한 것은 반성한다. 그리고 각자 새해의 희망을 말하고 계획을 말하자면 하루가 모자랐다. 그래서 잠을 안 자고 새해를 맞이하는 ‘수세(守歲)’의 풍속이 생겼다. 이 해의 밤을 지키는 것이다.

 

수세는 이번 해와 이별한다는 뜻에서 ‘별세(別歲)’, 이 해가 끝나는 것이 아쉬워 마지막 순간까지 지킨다는 뜻에서 ‘해지킴’이라고도 한다. “섣달 그믐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하면서, 집안의 모든 곳에 불을 켜놓고 닭이 울 때까지 온 집안 식구가 밤을 새는 것이다.

 

처음에는 반성과 희망을 이야기하다가, 차츰 윷놀이·옛날이야기·이야기책 읽기 등 흥미 있는 놀이로 밤을 새우고, 투전이나 화투를 하며 밤을 지새는 것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때 귀신이 넘볼 염려가 있다. 그믐밤은 달 조차도 뜨지 않는, 양기가 미미해서 그야말로 귀신이 가장 활동하기 좋은 때다. 그래서 대문 위에 양기가 성한 복숭아나뭇가지, 그것도 양기를 제일 많이 받은 동쪽으로 자란 나뭇가지를 꽂아 놓고, 마당 한가운데에 불을 피우며 닭이 울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수탉이 “꼬끼요” 하고 지평선에서 해가 떠오름을 알리면 상황 끝, 귀신이 물러난 것이다.

 

새해를 가족만 맞이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관계도 잘 처리하고 새해를 맞이해야 한다. 그래서 한 해 동안의 거래 관계를 이날에 모두 청산한다. 특히 줄 돈이 있으면 갚고, 받을 돈이 있으면 받아야 한다. 밤중까지 빚을 받으러 다니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그렇지만 못 받으면 끝이다. 빚을 준 사람은 빚을 포기하고, 빚진 사람은 “새해가 되도록 묵은 빚을 갚지 못하다니” 하며 자책한다, 심지어는 무능함을 탓하다 못해 자살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새해에 묵은 빚을 갚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때도 정월 보름 이후에야 빚독촉이 가능하다. 그믐부터 양의 기운이 점점 차올라 보름이 되는데, 보름이 되기 전에 빚독촉을 하면 양기가 상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제석하듯이 제구포신하는 마음으로 살면, 매일 같이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여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평평한 것은 기울어지고, 간 것은 다시 돌아온다. 조심하고 바르게 살면 걱정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풀린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