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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신간소개> 지역 고전학 총서 

<span style="color: rgb(255, 0, 0);">“글 꽤나 잘 지은 지역천재들의 시문집”</span><br>전익구 외 지음, 김승룡·최금자 외 옮김/최소 190쪽·최대 608쪽/최소 18,800원·최대 36,800원<div id="hwpEditorBoardContent" data-hjsonver="1.0" data-jsonlen="5803"><br></div>

오흥녕
2022.09.07·5분 읽기·조회 28

 

 


 

 

추석명절이 코앞에 닥친 요즘, 예전의 명절 분위기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른들께서는 여러 가지 좋은 말씀들을 하는 와중에 꼭 “우리 조상 중에 어느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어떠어떠한 관직에 올라 이러이러한 업적을 남기셨고 지금도 무슨 책이 전한다. 너도 한문 공부 열심히 해서 그분 책도 좀 읽어봐라”고 하셨던 얘기를 심심찮게 하셨다.

 

그럴 때마다 우리들은 ‘또 쾌쾌 묵은 말씀을 하시네. 온통 모르는 글자들 투성이일텐데 그걸 어떻게 읽을 수 있겠어? 잠시 이때만 넘길 수 있으면 저런 얘기는 몰라도 되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다.

 

어느 집이든 비슷한 이런 모습들이 반복되었고, 또 산업화와 세계화의 분위기 속에서 영어·중국어·불어 등의 외국어가 강조되다보니 한문으로된 옛 고전을 보려는 생각도, 볼 수 있는 능력도 점점 쇠퇴해 일부 학자들이 연구하는 극소수의 작품만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거의 대부분의 한문 서적이 박물관이나 도서관, 연구기관 등에 고이 모셔져 있다.

 

요즘 이런 책을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신기하게도’ 이런 책들의 가치를 알리고 싶어하는 ‘이상한’ 연구자들과, 잘 만들어서 더 많은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어하는 ‘더 이상한’ 출판인들이 있기에 계속 세상에 나오고 있다.

 

어릴 때 기억을 또 하나 떠올리면 부모님께서 ‘우리 애들에게 사주면 아마 열심히 읽을 거야’라고 생각하셔서 수십 권까지 전집(全集)을 할부로 들이셨고, 뭔가 있어 보이게 하기 위해 유리문이 달린 책장까지 버젓이 집의 거실에 들어오면 어느새 그 집은 학구열이 대단한 가정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놀기에도 바쁜 우리들은 아버지, 어머니의 성화에 일단 몇 권을 꺼내놓고 펴기는 했으나 조금 읽다 보면 스르르 두 눈이 감기고, 억지로 졸음을 참으며 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침을 흘리며 두꺼운 책을 베개 삼아 푹 잤다.

 

나이가 들어가며 적어도 책에 대한 자세는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문자 투성이인 작품을 대하기는 일반 서생에게는 너무나도 부담되니 이럴 때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마음 가는 한 권만 달랑 골라서 책장을 넘겨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꼼꼼하고 문자중독증을 가진 이들은 첫 장부터 글자 하나하나를 무조건 읽어야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각박하게 살 필요는 없으니 안을 볼 때도 마음 가는 대로 보고 싶은 곳은 보고, 골치아플 것같은 곳은 가벼운 마음으로 넘기자. 글쓴이와 출판인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그게 정상적인 독자의 책에 대한 예의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는지 심각한 건 노노, 그냥 편안하게 보기 시작하자.

 

게다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옆에서, 위에서 눈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몸을 슬며시 숙이게 만드니 낸들 어떻게 견디겠는가.

 

옛 어른들이 지은 글이라고 뭔가 특별하고 색다르게 산 것같지만 사실 그분들도 우리와 별다르지 않았다. 싸울 때 싸우고, 기분 좋으면 관대하고, 힘든 일 많으면 화내고 짜증냈다.

 

어떤 이는 옛 글을 보며 ‘와, 역시 대단하네. 이렇게 어떻게 표현했지?’라고 감탄하겠으나 물론 그렇게 잘 쓴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냥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다.

 

경북 예천의 전익구(全翼耈, 1615-1683), 경기 양주의 김숭겸(金崇謙, 1682-1700), 경남 양산의 구하(九河, 1872-1965), 경북 상주의 홍여하(洪汝河, 1620-1674), 경남 함안의 조정규(趙貞奎, 1853-1920), 경북 문경의 최전(崔澱, 1567-1588), 전북 고창의 황윤석(黃胤錫, 1729-1791), 경남 울산의 이근오(李覲吾, 1760-1834), 경남 진주의 하겸진(河謙鎭, 1870-1946), 경북 성주의 정재화(鄭在華, 1905-1978) 등 열 분의 시문집이 <지역 고전학 총서>라는 시리즈 이름으로 나왔다.

 

퇴계 이황이나 율곡 이이 선생만큼은 아니지만 그 지역에서는 꽤나 유명하고 천재소리를 들었던 문필가들이었다고 하니 ‘우리 고향 출신이네’ ‘거긴 예전에 가보니 좋더라’ ‘그냥 구미가 당기네’ 등 본인에게 편한 이유를 생각하며 일단 한 권만 사서 무슨 내용인지 보자.

 

그래서 괜찮으면 한권 더 구해보고, 그렇게 해서 자신이 있으면 늘려가고, ‘아, 이건 내 영역이 아니야’ 싶으면 거기서 그만하자.

 

그래도 된다. 세상사 다른 일도 스트레스 받을 건 얼마든지 많으니.

 

출판브랜드 지만지한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