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44기생도 생존방식의 하나다
초구는 누이동생을 시집보내는 데 첩으로써 함이니, 절름발이가 능히 밟음이라. 가면 길할 것이다. 상에 말하길 ‘귀매를 첩으로써 함’이나 (초구가) 항구한 덕으로써 하고, ‘절름발이가 능히 밟아서 길하다’ 함은 서로 돕기 때문이다.[歸妹卦 初九]
일반적으로 기생(寄生)이라고 하면 “①다른 생물의 체표(體表)나 체내에 붙어 영양을 섭취하며 생활하는 일. ② 스스로 생활하지 않고 남에게 의지하여 생활함.” 정도로 알고 있다. 이 정도라면 ‘그런 삶도 있겠구나’하고 넘겨버릴 만하다. 그러나 과연 그 정도일까?
기생충이 기생하는 생물을 숙주라고 하는데, 대개의 경우 숙주는 기생충에 비해서 천만 배 이상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야 오랜 기간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으며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숙주가 부자라야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숙주의 표면에 붙어서 숙주를 괴롭히며 살았겠지만, 숙주가 자신의 피와 살을 빨아먹는 기생충을 그대로 둘 리가 없다. 손을 사용하든 발을 사용하든, 혹은 떼굴떼굴 구르든 기생충을 죽이거나 떼어내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래서 기생충도 방법을 달리해서 아예 숙주의 몸 안에 들어가 살기로 했다. 숙주의 몸에 들어간다는 자체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이지만, 숙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훨씬 부드럽고 맛있는 영양분을 공급받고, 또 비바람 등 자연재해와도 상관없이 아주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낙원을 열게 된 것이다.
숙주하고 영원히 편안하게 살고 싶지만, 후손 번식문제가 나오면 생각이 달라진다. 한 곳에 정착해서 사는 개구리나 개미가 기생충에게 안락한 삶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먼 곳까지 후손을 번식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만족시켜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숙주와 한 몸이 되어 숙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됨으로써 생긴 숙주 조정능력을 활용한다. 개구리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뒷다리를 세 개 또는 네 개로 만들어서 잘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개미의 엉덩이를 빨갛게 부풀려서 새가 좋아하는 열매처럼 보이게 만든다. 도망도 잘 못가는 기형개구리를 새가 잡아먹고, 그 새가 먼 곳으로 날아가서 똥을 쌈으로써 멀리까지 자손이 번식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후손을 위한 살신성인이다.
또 메디나충이나 연가시는 숙주의 마음을 조정해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게 함으로써 후손을 번식시키는 방법을 쓴다. 헤엄도 못 치는 사마귀가 물에 투신하고, 그 죽은 사마귀의 몸에서 연가시 새끼들이 무더기로 기어 나와서 새로운 숙주를 찾아가는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도 메디나충에 감염되면 메디나충이 시키는 대로 물을 찾아가서 발을 담금으로써 메디나충의 번식을 돕는 꼭두각시가 된다. 자기보다 훨씬 미개하고 작은 기생충에게 당하는 숙주로 볼 땐 억울하겠지만, 기생충으로 볼 때는 낙원을 누리면서도 자손을 널리 번식시키는 혁신적이고도 안정적인 생존방식이다. 그래서 역에서도 내가 모자라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기생(첩)하는 방법도 자손을 번식하고자 하는 천지운행 방식의 하나라고 한 것이다.
尹相喆 (대유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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