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120먼저 자기 것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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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초구는 네 신령스러운 거북이를 놓아두고 나를 보고서 턱을 벌리니 흉하다. 상에 말하기를 ‘나를 보고서 턱을 벌림’이니, 또한 귀하지 못한 짓이다.[頤卦 初九]
요즘 거리, 특히 지하철역 구역을 다니다 보면 우측통행을 하라고 한다. 물론 좌측으로 통일해서 다니든지 우측으로 통일해서 다니든지 별 불편은 없다. 서로 부딪치지 않게 어느 한쪽으로 통일해서 다니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좌측통행, 차는 우측통행’이라는 질서에 익숙해졌는데, 굳이 익숙한 좌측통행을 그만두고 우측통행을 하라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다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좌측통행을 하고, 그러다 보면 우측통행을 하는 사람과 부딪치게 된다. 만약 우측통행에 익숙한 서양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동양에서 태어나 동양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동양의 관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예로부터 동양은 양이고 서양은 음이며, 동양은 해가 뜨고 시작하는 곳이며 서양은 해가 지고 마무리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동양은 시작하는 곳이기 때문에 봄의 덕목인 인(仁)을 강조하였고, 서양은 마무리 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을의 덕목인 의(義)를 강조하였다. 그래서 동양은 ‘어질게 살아라, 효도를 해라’ 하는 인간의 씨앗을 뿌리는 공부를 중시했던 것이고, 서양은 ‘일한 만큼 가져라(자본주의), 필요한 만큼 가져라(공산주의)’ 하는 분배의 법칙이 발달했던 것이다.
양은 좌측으로 가서 위로 모이고 음은 우측으로 가서 아래로 모이기 마련이다. 양은 좌측통행을 하고 음은 우측통행을 한다는 뜻이다. 흥인지문(동대문)이나 숭례문(남대문) 등을 보면 대문은 물론 창문까지도 모두 삼태극 문양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기운이 좌측통행을 하며 발산하는 좌선(左旋)의 문양이다.
우선(右旋)하는 삼태극 문양도 있다. 바로 사당의 문에 그려진 태극 문양들이다. 사당은 이미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곳이다. 이곳은 정숙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우측통행)하는 태극 문양을 그려놓음으로써 정성을 모으도록 한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번화하게 오가는 곳에는 좌측통행을 하게 함으로써 기운을 발산해서 활기차게 한 것이고, 조상을 모셔서 엄숙하게 할 곳은 우측통행을 하게 함으로써 경건하게 정성을 모으게 한 것이다. 이것이 음양의 법칙이고, 동서양의 차이이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오가는 지하철역 구내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기운을 북돋는 좌측통행을 할 것인가? 아니면 엄숙하고 경건하게 하는 우측통행을 할 것인가? 가뜩이나 경제가 위축되어 서민들이 힘든 세상이다. 활기차게 만드는 것이 옳은 정책이 아닐까?
서양을 추종하고 서양을 모방하는 것이 세계화가 아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전통을 계승하고, 우리 고유의 것에 충실히 하면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세계화인 것이다. 다양한 세계문화가 아름답게 조화하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가 아닐까?
그래서 역에서는 "자신의 귀하고 훌륭한 것을 놓아두고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여서 탐을 내고 쫓아가면 흉하다"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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