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255계포일락

윤상철
2022.12.16·4분 읽기·조회 22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상전에 말하기를, 바람이 불로부터 나오는 것이 가인괘이다. 군자가 이러한 상을 본받아서, 실질이 있어야 말을 하고, 행동에는 일정한 원칙에 있게 한다(가인괘 대상전).

 

유방(한나라 고조)과 항우(초패왕)가 패권을 놓고 싸울 때, 유방이 항우의 명장 계포에게 쫓겨서 죽을 지경까지 간 게 여러 번이었다. 유방이 항우를 죽이고 패권을 잡게 되자, “계포를 잡는 사람에게 천금을 주겠다. 만약 숨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삼족을 멸한다.”고 포고령을 내렸다. 계포에게 당한 수치가 뼈에 사무쳤던 것이다.

 

하루 아침에 촉망받던 명장에서, 숨어 살 수도 없고, 자수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 막다른 골목에 떨어진 것이다. 할 수 없이 협객을 잘 대접한다고 소문이 난 주가를 찾아갔다. 노나라의 주가가 협객을 좋아해서 100여 명의 식객을 들이고, 과거를 묻지 않고 잘 대접한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다. 하지만 계포는 단순한 협객이 아니라 현상금이 붙은 나라의 큰 죄인이었다. 그래서 달아난 노예처럼 머리를 빡빡 깎고 목에 쇠줄을 찬 다음에, 주가에게 노비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주가는 한눈에 그가 계포라는 것을 알고, 계포에게 몸값을 주고 노비로 사서 멀리 떨어진 농가에서 허드렛 일을 시켰다.

 

그리고 그 길로 낙양으로 가서 고조의 총애를 받고 있던 하후영을 찾아갔다. “지금 임금께서 계포에게 현상금을 걸고 찾으며 죽이려고 하는데, 계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임금님과 항우가 싸울 때, 모든 신하들이 각각 자기 주인을 위해서 충성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임금께서 천하를 통일하신 지금 충성을 다 한 사람들을 포용하실 생각을 안하시고, 조그만 원한이 있다고 해서 현상금을 걸고 찾고 있으시니, 사람들이 임금님의 시야가 좁다고 비웃을까 걱정입니다. 또 계포와 같이 능력있는 사람을 모질게 몰면서 잡으려하면, 북으로 흉노에게 의탁해서 달아나지 않으면 남쪽으로 월나라로 도망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에 얼마나 큰 피해가 올지 모릅니다. 장군께서는 오자서가 오나라의 군대를 이끌고 고향으로 와서 평왕의 시신에 채찍질한 것을 모르십니까? 임금님의 총애를 받는 그대 같은 신하가 어찌 팔짱을 끼고 보고만 있는 것입니까? 임금님을 위해서 계포를 포용하라는 말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닙니까?”

 

하후영이 틈을 봐서 고조에게 주가가 지적한대로 말하니, 고조가 크게 깨닫고 곧바로계포를 불러들여서 낭중에 임명하였다. 혜제 때는 중랑장으로 승진했는데, 혜제의 모친인 여후가 섭정을 하고 있었다. 흉노의 황제 묵특이 여후에게 시집오라는 편지를 보내오자, 분을 참지 못한 여후가 장군들을 모아 회의를 하였다. 대장군 번쾌가 10만 병력을 이끌고 가서 흉노를 정벌하겠다고 하니, 모두가 좋아했다. 그런데 계포가 “번쾌의 목을 베어야 합니다. 전에 평성에서 흉노가 고조를 포위하였을 때, 번쾌가 30만 병력을 가지고도 포위를 풀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10만의 병사로 흉노를 치겠다고 하니, 임금님을 면전에서 속이는 것입니다.” 여후가 한참을 고민한 끝에 “제가 늙어서 시집을 가기가 어렵습니다.”하고 답장을 썼다. 흉노를 이길 힘이 없었던 것이다.

 

옳은 말을 했지만 미운털이 박힌 계포는 하동군수가 되어 지방으로 쫓겨갔다. 하지만 사람들은 계포가 현명하다고 칭찬을 했고, “황금 100근을 얻는 것 보다 계포의 승락을 한번 얻는 것이 더 낫다”고 하여 ‘계포일락季布一諾’ 또는 ‘계락季諾’의 고사성어를 만들 정도로 약속을 하면 꼭 지키는 사람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래서 역에서는 ‘말에는 실질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행동에는 신의가 있어서 믿음이 가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