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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122맡겼으면 믿는다

편집부
2017.05.30·4분 읽기·조회 15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오는 바르게 행동한다. 그러므로 길하여 후회가 없으니, 믿음이 있기 때문에 군자의 빛이 길해진다. 상에 말하기를 ‘군자의 빛’은 그 빛남이 길하다.[未濟卦 六五]

 


 

제나라 환공(桓公)은 쉽게 이기리라고 생각한 노나라 군대에게 대패한 뒤에, 관중(管仲)의 말을 듣지 않고 군대를 일으킨 것을 깊이 후회했다. 그후 환공에게 나랏일을 고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째서 중부(仲父)에게 가서 고하지 않는가?”라고 하면서 관중에게 모든 정사를 맡겨버렸다. 그리고는 두 명의 소인배를 총애하며 총희들과 더불어 즐겁게 지냈다.

 

먼저 수초(豎貂)라는 시동을 총애했는데, 수초는 깊숙한 내궁까지 드나들며 환공을 모시고 싶은 마음에 자원해서 궁형을 받고 내시가 되었다. 환공은 그런 그를 가상히 여겨 더욱 총애하며 가까이 했다.

 

또 옹읍에 살던 무(巫)라는 사람의 자(字)는 역아(易牙)인데, 권모술수에 뛰어나고 활쏘기와 말타기를 잘했으며, 특히 음식 솜씨가 아주 뛰어났다. 환공의 애첩 위희(衛姬)에게 다섯 가지 맛을 배합해서 만든 음식을 바쳐 병을 낫게 함으로써 위희와 가까워지게 되었고, 역시 맛있는 요리를 대접받아 친해진 수초가 환공에게 천거했다.

 

환공이 “네가 음식을 잘 만드느냐?” “남들이 그렇다고들 합니다.” “과인이 온갖 날짐승과 길짐승, 심지어 벌레까지도 다 맛을 보았으나 사람고기는 아직 그 맛을 보지 못했네.”라고 농을 하자, 아무 소리 없이 물러갔던 역아가 점심상에 찐고기 한 쟁반을 올렸는데, 참으로 부드럽고 감칠맛이 났다. 환공이 그 고기를 다 먹은 뒤에 “무슨 고기이기에 이처럼 맛이 있는가?” 역아가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사람고기입니다. 신이 듣건대 임금에게 충성하는 자는 자기 집안을 돌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임금께서 아직 인육을 맛보지 못했다고 하시기에 신이 제 아들을 잡아서 임금께 맛을 보여드린 것입니다.”

 

그날부터 역아를 깊이 총애하고 신임했다. 그 이후로 수초와 역아는 궁중 안팎에서 권세를 부렸다. 그런데 관중이 항상 걸림돌이 되었다.

 

그래서 수초와 역아는 기회를 틈타 환공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신들이 듣건대 임금은 명령을 내리고 신하는 명령을 들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임금께선 첫째도 중부요 둘째도 중부라 하셔서, 모든 일이 중부의 손에서 좌지우지되니 제나라에 과연 임금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그들에게 그토록 자애롭던 환공이 화를 내며 말했다. “과인에게 중부가 있는 것은 몸에 팔다리가 있음과 같다. 팔다리가 있어야 사람이 제구실을 하는 것처럼, 중부가 있어야 임금도 임금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중부야말로 참다운 고굉지신(股肱之臣)이다. 너희들은 농신(弄臣)의 역할만 잘하면 된다.” 그후로 감히 두 번 다시 관중을 음해하지 못했고, 관중이 제나라의 국정을 맡은 지 3년만에 크게 부강해졌다. 환공이 음주가무와 소인배의 아첨에 넋을 놓은 것 같았지만, 실은 관중을 통해서 허허실실의 정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능력있고 믿음이 가는 사람에게 맡기고, 맡긴 뒤에는 확실히 믿어주면 크게 빛나고 성공하게 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