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124도울 사람을 도와야 한다

편집부
2017.06.30·4분 읽기·조회 33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육삼은 도울 사람이 아닌데 도움이라. 상에 말하기를 ‘도울 사람이 아닌데 도움’이 또한 상하지 않겠는가![比卦 六三]

괴외(蒯聵)는 위(衛)나라 임금 영공의 세자다. 그의 모친 남자(南子)는 송나라 공주로, 친정에 있을 때부터 공자 조와 간통하였는데, 남색에 빠져있던 영공은 내심 ‘잘됐다’ 하며 조를 초청해서 남자와 함께 거처하게 하는 등 간통을 장려하였다. 온 나라 안이 영공의 남색과 남자의 간통을 비웃게 되자, 괴외는 모친을 죽여서 추문을 잠재우고자 했다.

이 사실을 눈치 챈 남자가 괴외를 모함하자, 영공은 세자를 국외로 추방하고, 그 아들 첩(輒)을 세손으로 삼아 임금이 되게 하였다. 그가 출공(出公)이다. 자기 아들이 임금이 된 것을 안 괴외는 진(晉)나라의 도움을 받아 척땅을 습격하였고, 깜짝 놀란 출공은 도성을 굳게 지키면서 아버지의 귀환을 막았다.

괴외는 자신의 손위누이(공희)의 정부 혼량부에게, “나를 임금이 되게 해준다면 대부로 삼고, 죽을죄를 짓더라도 세 번까지는 사면해 주겠네”라고 하며, 출공을 섬기며 정권을 쥐고 있던 누이의 아들 공회를 포섭하도록 부탁하였고, 결국 누이와 혼량부의 도움으로 공회를 겁박해서 출공을 내쫓고 임금자리(장공莊公)를 빼앗게 되었다. 이 와중에 공회의 가신이었던 자로가 공회를 위해 싸우다가 죽은 이야기는 『논어』에 자세하다. 장공은 둘째아들을 세자로, 혼량부를 대부로 삼았지만, 조카인 공회는 첩의 편을 들까봐 국외로 추방했다.

하루는 장공이 혼량부에게 출공이 가지고 달아난 보물들을 환수할 계책을 묻자, “세자와 첩이 모두 주공의 아들입니다. 새로이 세자를 가려 뽑기로 했다고 하며 첩을 소환하십시오. 그가 돌아오면 보물들은 저절로 되찾을 수 있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세자를 다시 정한다는 말에 분노한 세자는, 장공에게 “달아난 형을 불러들이지 않으며, 또 혼량부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맹세하십시오”라며 겁박하였다. “첩을 불러들이지는 않겠다. 그러나 ‘죽을죄를 짓더라도 세 번까지는 살려주겠다’고 맹서한 혼량부는 어찌해야 하느냐?” “죽을죄를 네 번 저지르기를 기다렸다가 죽이겠습니다.”

얼마 뒤에 장공이 잔치를 열며 대부들을 불렀다. 혼량부가 들어와 음식을 먹자, 세자가 연회장 밖으로 끌어내게 했다. 혼량부가 “신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물었다. “신하가 임금을 뵐 때는 예복을 입어야 하며, 임금을 모시고 음식을 먹을 때는 반드시 검을 풀어놓아야 한다. 너는 예복이 아닌 붉은 옷을 입었고, 또 호구를 걸치고 왔으며, 검을 풀어놓지 않는 세 가지 죄를 저질렀다.” 혼량부가 “임금께서 죽을죄를 짓더라도 세 번까지는 용서하겠다고 맹세하셨소”라 하자, “대역죄에 불효까지 저지른 첩을 불러들이려고 했으니 죽을죄가 넷이다”라며 목을 잘라 죽였다.

혼량부가 장공을 위해 큰 공을 세웠는데도 죽임을 당한 것은, 명예를 위해서 모친을 암살하려 하고, 권력을 위해서 정당하게 임금이 된 아들을 내쫓으며, 의심이 간다 해서 자신을 도운 조카를 내쫓은 사람을 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도울 사람이 아닌데 도와주면 오히려 해침을 당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