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으로 보는 세상 125의심하는 사람은 말로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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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삼은 그 덕이 항구하지 않음이라. 혹 부끄러움으로 이어질 것이니 고집하면 인색하리라. 상에 말하기를 그 덕을 항구하게 못하니 용납될 바가 없도다! [恒卦 九三]
초나라의 명문가 출신으로 장래가 촉망되던 오자서가, 간신의 모함을 믿은 평왕에게 아버지를 비롯한 일가족을 잃고, 동고공의 도움으로 간신히 소관을 탈출했지만 곧 이어 넓고도 세찬 장강이 가로 막고 있었다.
앞길은 장강이 가로막고 뒤에서는 금방이라도 수색대가 추격해 올 상황이었는데, 한 어부가 배를 타고 하류에서 강물을 거슬러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오자서가 하늘에 감사드리며 “어부는 나를 맞은편 강기슭으로 건네주오”라고 하였다. 어부가 강을 건너 주면서 “지난밤에 장수별이 내 배 안에 떨어지는 꿈을 꾸었소. 그래서 어떤 이인(異人)이 나에게 강을 건너게 해달라고 부탁할 줄 알았소.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오?”
오자서는 어부의 인품에 반해서 자신의 이름과 처지를 말하였고, 늙은 어부는 마을에 가서 음식을 얻어와 두 사람에게 배불리 먹였다. 너무도 고마웠던 오자서가 차고 있는 칼을 풀어 그 어부에게 선물하면서 말했다. “이 검은 초나라 선왕께서 내 조부에게 하사한 것입니다. 북두7성이 새겨져 있는 보검으로써, 그 값이 적어도 백 금은 나갈 것입니다. 어른의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드리겠습니다.”
어부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초왕은 당신을 잡거나 신고하는 자에게 조 5만 석과 상대부의 벼슬을 준다고 했소. 내가 그런 큰 상금과 벼슬도 받을 생각이 없는데, 그 검을 받아서 무엇 하겠소? 더구나 그대 같은 장수에겐 검이 필요하지만 나 같은 어부에겐 아무 필요가 없소.”
오자서가 거듭 감사를 하며 헤어질 때, 몇 걸음 가다가 뒤돌아서며 어부에게 말했다. “혹시 나를 쫓아오는 병사들을 만나더라도, 내 종적을 누설하지 마십시오.” 어부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내가 그대에게 덕을 베풀었건만 나를 의심하는구려. 만약 초나라 추격병들이 다른 곳에서 강을 건너 와 그대를 뒤쫓는다면, 어떻게 나의 결백을 밝힐 수 있겠는가?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어 그대의 의구심을 끊겠노라” 하고는 물속에 빠져 자살하였다.
두 사람이 오나라 변경에 이르렀을 때 몹시도 배가 고팠다. 마침 강에서 삼베를 빠는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서른이 넘도록 홀로 살며 홀어머니를 모시는 정숙한 처녀였다. 오자서가 “밥 한 그릇을 빌려줄 수 있겠습니까?” 처녀의 밥을 모두 먹은 오자서가 떠나면서 “덕분에 목숨을 건졌오. 사실 나는 초나라의 망명객이오. 혹시 누가 묻더라도 나를 만났다는 말을 하지 마오.” 그 말을 들은 여자는 처연한 표정이 되어 “평생처음으로 마음을 내어 낯선 남자에게 밥을 내주고 말도 섞었건만, 의심만 사게 되었구나!” 하더니, 큰 돌을 안고 강으로 뛰어들어 빠져 죽었다.
상처받은 영혼과 몸으로 도망 다니는 처지라고 하지만, 오자서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살려준 사람을 의심하여 죽였다. 처음에는 그의 비범함에 굴복하고 따르더라도, 결국 모두가 적이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그 덕이 항구하지 않으면 부끄럽게 될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용납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가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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