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문화예술의 향기]墓誌銘, 유교사회 품격 높인 文學藝術
故人의 업적을 정리해서 後孫의 마음에 새김

사도세자의 어머니이자 정조의 할머니 영빈이씨(暎嬪 李氏) 묘지명.(문화재청 자료제공)
묘지명은 죽은 사람의 출생, 성장기 품행, 생전 사회활동, 교우관계 등을 정방형의 돌판에 새겨 묘지에 넣는 글의 총칭이다.
두 개의 돌판 중 하나에 죽은 이의 관등성명과 고향 등을 기록하는 것을 '誌'라 하고, 다른 돌판에 죽은 사람을 칭송하는 운문체의 글을 ‘銘’이라 한다.
묘지명은 시호(諡號), 비명(碑銘) 등을 작성하는 토대로서, 이를 통해 죽은 사람의 행적을 알 수 있고, 당시 유학자들의 학문 교류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다.
묘지명은 고려시대 말부터 조선시대 말까지 유교식 장례문화가 보편화됨에 따라 우리나라에 정착됐다.
우리나라에서 묘지명이 언제 처음 쓰였는가에 대한 공식적 기록은 없다.
다만 고려 목종(穆宗, 980~1009년) 때 시호(諡號) 등을 관장하는 기구가 설립된 것으로 봐서 그 이전부터 행장기, 묘지명, 비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현전하는 행장기 중 가장 앞선 고려 원종 때 문신 민적(閔頔, 1269~1335년)의 행장기를 토대로 1336년에 익제((益齋) 이제현(李齊賢)이 찬(撰)한 묘지명 내용에는 민적의 관작(官爵)과 찬자(撰者)인 이제현의 관등성명이 있으며 서문에는 민적의 몰년(沒年), 장일(葬日), 장지(葬地) 및 그의 세계(世系) 등이 있다.
묘지명 작성은 본인이 생전에 직접 하기도 하고, 사후에 자손이나 지인이 작성하기도 하고, 왕의 지시로 문장이 뛰어난 문신이나 관리가 작성한 것을 새겨 넣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돌이나 철판에 새겨서 시신과 함께 부장하는데 이때는 간략하게 짓고, 별도로 좀 더 상세한 글을 작성하여 문집(文集) 중 일부분으로 전하고 있다.
묘지명 작성자는 죽은 사람과 관련한 실증적 사실들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직업, 행적, 가계도가 애매하거나 불확실한 부분은 삭제하고 후세에 전할 만한 일들을 정확하게 묘사해야 하는 역사적 책임이 주어졌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의 경우는 묘지명 작성을 최대한 삼갔다.
만년에 부득이 작성하게 됐을 때도 평소 저술활동에 있어서 철저하게 근신하는 태도를 취한 것처럼 묘지명 작성에 있어서도 주어진 자료의 사실 확인을 매우 철저하게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후세에 사실을 정확히 남겨야 할 학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은 자신의 딸이 어린 나이에 병으로 인해 죽은 후 아버지로서 사랑과 애잔함이 묻어있는 묘지명을 작성하기도 했으며, 특히 회갑 때인 1822년 삶을 회고하며 직접 자신의 묘지명을 작성했다.
자신의 어릴 적 배경, 학업 과정, 저술활동 등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했다.
특히 자신의 방대한 학문적 저술활동에 대해서 “18년 동안에 경전(經典)에 전심하여 <詩>ㆍ<書>ㆍ<禮>ㆍ<樂>ㆍ<易>ㆍ<春秋> 및 사서(四書)의 제설(諸說)에 대해 저술한 것이 모두 2백 30권이니, 정밀히 연구하고 오묘하게 깨쳐서 성인의 본지(本旨)를 많이 얻었으며, 시문(詩文)을 엮은 것이 모두 70권이니 조정에 있을 때의 작품이 많았다. 국가의 전장(典章) 및 목민(牧民)ㆍ안옥(按獄)ㆍ무비(武備)ㆍ강역(疆域)의 일과, 의약(醫藥)ㆍ문자(文字)의 분변 등을 잡찬(雜簒)한 것이 거의 2백 권이니, 모두 성인의 경(經)에 근본 하였으되 시의(時宜)에 적합하도록 힘썼다. 이것이 없어지지 않으면, 혹 채용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조선 개국공신 양촌(陽村) 권근(權近) 선생이 1400년에 진산부원군(晉山府院君)을 지낸 공목공(恭穆公) 강시(姜蓍)를 위해 지은 명(銘)을 보면 죽은 사람에 대한 심정이 운문체로 잘 나타나 있다.
“위대하신 공목공은 위의도 당당하고(偉矣恭穆威儀抑抑), 공정무사 하시오니 나라의 모범이었네(率履不回邦之司直). 그 어지심 이어받아 전할 것을 전했으니(有嗣其賢欲傳可傳), 태사의 글을 받아 묘비에 새기려네(謁文太史于墓是鐫). 나의 글은 아부함이 없이 후세에 보일만하니(我辭非諛可以示後), 천백 년 오래도록 영원히 밝혀주려 하네(彌千百年永昭不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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