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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四字論語> ‘訥言敏行’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한다

편집부
2017.09.01·3분 읽기·조회 19

 

최영갑 / 성균관대 겸임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한다.(子曰 君子는 欲訥於言而敏於行이니라. 「이인」24)”

 

예전에 아주 공손한 사람이 있었다. 행동이 공손하기 때문에 누구나 그의 말을 쉽게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에게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생겼는데, 그 사람은 너무 쉽게 부탁을 들어주겠다는 말을 했다. 시간이 흘러 약속한 날짜가 되었지만 그 사람에게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다시 그에게 독촉하자 그 사람은 아주 쉽게 금방 처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 사람은 말만 할 뿐 내가 부탁한 일은 해결되지 않았다. 차라리 처음부터 할 수 없다고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일이 미뤄지지 않았을 텐데 그 사람의 말을 믿었던 것을 후회한 일이 있었다. 그 뒤로 그 사람에게 다시는 어떤 부탁도 약속도 하지 않았다.

 

공자는 말보다 행동을 중시한다. 따라서 『논어』 곳곳에서는 말을 신중하게 하고 행동을 민첩하게 하라는 말들이 보인다. 공자가 이상적 인간으로 생각했던 군자는 일을 민첩하게 하고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하며, 말보다 실천을 먼저 하고, 말이 행실보다 지나친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의 철학을 실천적 도덕철학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실천과 도덕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이다.

 

학문도 실천하고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천이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형제 사이에 우애를 지키는 것, 대중을 사랑하고 선을 행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실천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실천하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은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에게 말하기는 쉬워도 스스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치인들은 선거할 때 공약을 한다. 국민들을 향한 약속이다. 그런데 그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말의 소중함을 잊은 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식언(食言)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으로 실천하겠는가. 말은 믿음을 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다. 그래서 ‘믿을 신(信)’은 사람[人]과 말[言]이 결합된 것이다.

 

말보다 행동을 먼저 하라고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실천은 어려운 일이다. 남을 가르치는 직업은 그래서 더 어렵다. 기껏 다른 사람에게는 실천하라고 해놓고 자신이 행하지 못할 때는 정말 마음의 고뇌가 깊어간다. 남의 단점을 지적하기 좋아하면서 스스로의 단점을 없애지 못하기도 하고, 배운 것을 실천하라고 하면서 스스로는 가르친 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라고 하면서 내 말만 많이 하고, 입장을 바꿔 생각하라고 가르치면서 내 입장만 생각하고, 바르게 살라고 가르치면서 가끔 바르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볼 때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자신부터 말보다 행동을 소중하게 여기는 날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