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字論語> ‘敬而遠之’ 공경하되 멀리한다

최영갑 / 성균관대 겸임교수
번지가 지혜에 대해서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백성의 의로움에 힘을 쓰고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하면 지혜롭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樊遲問知한대 子曰 務民之義요 敬鬼神而遠之면 可謂知矣니라. 「옹야 20」)
번지가 지혜로움에 대해 묻자 공자가 백성의 도리에 힘쓰고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하는 것이 지혜로움이라고 대답했다. 공자는 귀신의 존재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공자의 철학이 인간을 중시하는 인본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공자는 괴이한 일이나 세상을 혼란하게 하는 일, 신과 같이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해서 거의 말하지 않았다. 공자는 오로지 인간의 일에 관심을 기울였고, 인간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일보다 보이지 않는 일이 더 많다. 보지 못한 것도 마치 본 것처럼 꾸며서 얘기하는 경우도 많다. 귀신도 그런 현상 가운데 하나다. 경험한 사람들도 있고 말로만 들은 사람도 있다. 『논어』에도 귀신이나 신(神)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보이지만 기본적인 정신은 경이원지에 있다. 귀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귀신의 존재에 너무 얽매여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귀신은 대부분 조상신과 관련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귀신을 조상 대하듯 하고, 조상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귀신을 공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귀신을 믿지 않으면 조상신을 부정하는 것이고, 귀신을 지나치게 믿으면 의혹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이 두 가지를 잘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인 것이다.
귀신에 대한 경이원지의 태도는 인간관계만이 아니라 다양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지만 존경할 대상이 되지 못할 경우 경이원지의 태도를 취한다. 공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위계를 무시한 것으로 보이므로 공경한 모습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마음으로 존경하는 대상이 되지 못하므로 가까이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결국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국제 관계에서도 경이원지의 태도는 유지된다. 강대국과의 관계나 북한과의 관계에서 흔히 경이원지의 태도를 취한다. 가까이도 멀리할 수도 없는 눈치외교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경이원지의 태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경우에 취하는 태도로 이해될 수 있다. 너무 가까이 하면 피해를 보게 되고, 그렇다고 가까이 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내가 누군가를 경이원지하는 경우가 있듯이 내 자신을 누군가 경이원지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소인다운 행동을 하고 있지 않은지, 이익만 추구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 사람이면 남에게 경이원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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