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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297​​소하의 보신책

윤상철
2024.09.11·4분 읽기·조회 52

 

건원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삼은 공이 천자께서 형통하도록 함이니, 소인은 하지 못할 것이다(대유괘 구삼).

 

 

 

소하(蕭何)는 한나라의 건국에 큰 공을 세워서 한신, 장량과 함께 한나라를 세운 삼걸(三傑)로 불린다.

 

소하의 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공적은 동네를 휘젓는 불량배에 불과했던 고조에게 ‘백성의 안녕을 위하여 진나라를 친다’는 명분을 심어 한나라를 건국하게 한 것이다. 소하는 한량으로 떠도는 고조의 자질을 알아보고, 그를 제세구민의 맹주로 모셨던 것이다.

 

두 번째 공적은 한신의 천거와 숙청이다. “한신을 대장군으로 중용하지 않으면 자신도 고조의 곁을 떠나겠다”고 하며 천거한 것이다. 한신의 빛나는 전공으로 항우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다. 훗날 한신이 모반할 때 여후에게 한신을 포박할 수 있는 꾀를 가르쳐 준 것은 너무도 유명하다.

 

세 번째 공적은 관중 땅을 군사 및 군량의 보급지로 육성해 고조가 필요한 군사 및 식량 등을 끊임없이 지원함으로써 전쟁터에 나간 병사들이 백성을 약탈하는 일이 없게 한 것이다. 특히 고조가 함양에 입성했을 때는 승상부에 있는 진나라의 역사와 법률, 호적대장 등을 얻음으로써 훗날 한나라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되게 하였다.

 

이와 같은 공으로 건국의 공을 논할 때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여러 장수들을 제치고 소하가 1등 공신이 된다. 고조가 전적으로 신임하며 공을 높이 산 것이다.

 

이때까지는 소하와 고조의 사이가 좋았다. 물론 항우와 전쟁을 할 때도 고조는 후방에 있는 소하가 반란을 일으킬까 전전긍긍하기는 했다. 소하가 고조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고 백성을 다스렸는데도 고조의 의심은 끊임이 없었다. 자신은 전쟁터에서 풍찬노숙을 하며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면서도 후방에 편안히 있는 소하에게 수고한다고 하며 위로를 하곤 했다. 소하가 그 뜻을 알고 자식과 친척들을 모두 전쟁터로 내보내 고조를 돕게 하니 그제서야 소하에 대한 의심을 풀고 사신 보내기를 멈췄던 것이다.

 

중국을 통일하자 고조의 의심병이 심해졌다. 이에 불안을 느낀 진희, 한신, 경포 등이 차례로 모반을 했다. 고조는 소하도 ‘오랜 세월에 걸쳐 관중의 백성에게 신망을 얻은 사람이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관중을 장악해서 모반을 할 수 있다”며 경계했다.

 

그래서 일부러 값이 오르지 않을 구석진 땅을 사고, 논밭을 싸게 사서 모은 뒤 세를 주어 사소한 이익에 관심이 있는 소인배라는 것을 강조하며 고조가 반란을 평정하러 갈 때는 재산을 군비에 보태라고 바치며 검소하게 살았다.

 

소하는 후중한 덕을 갖춘 명재상이다. 그런 그가 고조를 상대로 해서 보신책으로 여러 가지 잔꾀를 썼다. 모두가 그의 참모가 낸 꾀이다. 백성과 나라의 평화를 위해서는 잔꾀도 마다하지 않고 실행하고 듣는 훌륭한 귀를 가진 것이다.

 

그 결과 의심꾸러기 한량을 보좌해서 중국을 통일하게 했고, 법률과 제도를 만들어 만대의 평화를 가져온 것이다. 공신들이 숙청을 당할 때 홀로 화를 모면하고, 그 후손들이 대대로 제후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물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군자는 대의를 위해 꾀를 써서 나라를 부흥시키고, 소인은 자기를 위해 꾀를 쓰다가 망친다’고 가르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