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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四字論語> ‘仁者樂山’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편집부
2017.12.27·3분 읽기·조회 65

최영갑 / 성균관대 겸임교수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동적이고 어진 사람은 정적이며,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되고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子曰 知者는 樂水하고 仁者는 樂山이니 知者는 動하고 仁者는 靜하며 知者는 樂하고 仁者는 壽니라. 「옹야」21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말은 너무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정작 이 말의 깊은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지자(知者)와 인자(仁者)에 대해 설명하는 말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런데 굳이 의미를 찾지 않고 말 그대로를 이해하면 어떤가.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으로 이해할 때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암시적인 표현이나 선언적 표현은 공자 자신만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경전의 해석은 어쩌면 스스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지도 모른다.

어쩌다 주말에 등산을 가면 인산인해(人山人海)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산을 오르기 어렵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어진 사람이 많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행복한 나라다. 그런데 바다와 강가에 가 봐도 사람은 많다. 지혜롭고 어진 사람이 많은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산은 사계절을 품고 있다. 봄 산은 연두색 새싹으로 생명을 품고, 여름 산은 녹음으로 만물을 품고, 가을 산은 오색의 향연으로 하늘을 품고, 겨울 산은 하얀 눈으로 세상의 더러운 것들을 품는다. 그래서 산은 사계절 어느 때 올라도 좋다. 한 곳에 중후하게 앉아 만물의 변화를 바라보며 포용하는 것이 산이다. 그래서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물은 낮은 데로 흐르지만 항상 막힘이 없다. 그래서 겸손함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바다처럼 큰물도 있고, 강물처럼 작은 물도 있지만 만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생명수다. 때로는 도도하게 흐르고 때로는 잔잔한 호수처럼 흐른다. 지혜로운 사람이 두루 통하듯 물은 작은 곳까지 흘러 스며든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고 표현한다.

30년 전 성철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은 본래 중국 송나라의 청원유신(靑源惟信) 선사가 제자들에게 남긴 설법이다. 산은 물이 될 수 없고, 물은 산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다. 그저 동어반복일 뿐인 이 말에 왜 그리 호들갑들인지 알 수가 없다. 성철스님이 사용했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 말에서 뭔가 깨달음을 얻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속에는 변화하는 산과 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오늘의 산은 과거의 산이 아니고, 지금의 물은 예전의 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공자가 본 산과 물의 모습도 변화를 담고 있지만 공자는 그것을 인간에 비유했다. 물처럼 흐르는 지혜를 본받고 산처럼 무겁게 앉아 만물을 포용하는 인간이 되기를 바란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