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추사에게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다
“인생 최대의 위기 속에서 추사는 어떻게 자신을 지켜냈을까”<BR>설흔 지음/228쪽/14,000원

19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북학사상을 적극 도입한 학자인 추사 김정희(金正喜)는 왕실의 내척 집안 출신으로 정치적으로도 활발히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는 세도정치를 주도한 안동 김씨 세력을 비판하다가 모함을 받고 제주 대정으로 유배를 떠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추사체’와 평생의 역작인 「세한도(歲寒圖)」는 바로 제주 유배 시절에 완성한 것이다. 인생 최대의 위기 속에서도 추사는 삶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았고, 더 나은 예술 작품을 남기기 위해 자신을 지켜냈다.
이 책은 혼란한 상황에서도 ‘나다움’을 잃지 않았던 추사의 삶을 통해 ‘나를 지키는 법’을 찾아본다. 저자는 실제 추사가 남긴 서신과 서화를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추사가 아들에게 전하는 다섯 가지 삶의 가르침을 편지 형식으로 서술했다. 험난한 인생 앞에서 두려워하며 “아버지를 닮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추사는 때론 냉혹하게, 때론 다정하게, 위기에 처한 ‘나’를 지키면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준다. 삶의 위기 상황에서, 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위해서 해답을 찾고 있는 독자라면 추사의 가르침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부침을 견디며 맞닥뜨린 감정들을 작품으로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추사 김정희(이하 추사) 또한 절해고도의 막막한 유배 생활에도 좌절하지 않고 훌륭한 작품을 남기며 자신의 이름을 후대에 남겼다. 저자는 그동안 역사 속 인물의 삶과 성찰을 담아 인문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실용성을 결합한 글을 써왔다. 2013년에 출간된 『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의 개정판인 이 책은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2007),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2009)를 잇는 세 번째 인문실용소설로, 험난한 인생에서 나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추사의 목소리로 전한다.
저자는 추사를 ‘나’로, 추사의 서얼 아들을 ‘너’로 설정하고, 추사를 동경하는 아들에게 아버지인 추사가 전하는 인생 메시지를 편지 형식으로 서술했다. 거친 풍랑을 헤치고 유배지인 제주에 가까스로 도착한 추사는 문득 ‘아버지를 닮고 싶다’는 서화를 남길 정도로 자신을 동경하기만 할 뿐 스스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아들을 떠올린다. 모든 면에서 냉정하고 비판적이었던 추사에게 유약한 아들의 모습은 사회적 차별을 받는 서얼이라는 점을 배제하더라도 위태롭고 걱정스럽기만 하다. 추사는 지옥 같은 유배 생활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던 방법을 알려주고, 아들이 같은 길을 걷지 않도록 현실적인 충고와 교훈을 전한다.
추사의 제주도 유배생활은 결국 그를 위대한 예술가로 만들었지만, 그 과정은 절대 녹록하지 않았다. 거친 풍랑을 헤쳐 고생 끝에 도착한 제주는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추사의 마음처럼 춥고 황량하고 외로웠다. 하지만 추사는 육지에 얽매이지 않고 냉정하게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리고 삶, 사람, 사물 등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독특한 필체인 ‘추사체’나 불멸의 명작 「세한도」 같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추사는 다섯 가지 삶의 지침을 자신이 겪은 일화를 통해 은유적으로 전한다. 험난한 풍랑을 함께 견딘 의금부도사의 차가운 손을 떠올리며 ‘고난과 역경 속에도 길이 있다’고 알려준다. 바닥에 버려진 수선화를 보며 ‘자신감은 확신에서 비롯된다’는 교훈을 일깨운다. 박제가, 옹방강 등 추사에게 영향을 미친 귀인들과의 교유관계를 생각하며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따르던 스승 초의, 자신을 따르던 제자 소치와의 일화에서는 ‘인정받으려면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교훈을 알려준다. 이상적에게 그려준 「세한도」와 이 작품에 깃든 진실을 이야기하며 ‘나답게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유도한다.
삶이 힘겹다고 느낄 때, 누군가에게 삶의 조언을 구하거나 가르침을 얻더라도 자신의 내면이 단단하지 못하면 그 가르침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결국 나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좀더 냉정하게 자신을 파악하고, 자신이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목표에 집중하고 자신의 확신을 믿는 것뿐이다. 절해고도에서 위리안치에 처한 추사가 절망에만 몰두했다면 지금의 추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몇 번의 고비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나답게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한다면 자연스럽게 나를 지키는 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혹독하고 냉정하게, 때로는 부드럽고 다정하게, 지금 내가 있는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추사의 가르침은 삶의 방향이나 목표를 잃고, 나를 잃은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훌륭한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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