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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易으로 보는 세상 140부자는 서민의 직업을 빼앗지 않는다

편집부
2018.02.27·4분 읽기·조회 20

 

윤상철(대유학당 대표)

 


 

구사는 따르는 때에 얻으면 바르게 하더라도 흉하니, 믿음을 두고, 도에 벗어나지 않고, 밝음으로써 하면 무슨 허물이리오? 〔隨卦 九四〕

 

춘추시대 말기에는 대부들의 전횡이 심해졌는데, 그 중에서도 노나라의 삼가(삼환)가 더욱 심했다. 환공(桓公)에게 네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맏아들은 환공을 이어서 노나라의 임금(莊公)이 되었고, 나머지 세 아들은 대부가 되었다. 둘째 경보(慶父)의 가문을 맏이집안이라는 뜻으로 맹손씨, 셋째 공자 아(牙)의 가문을 동생집안이라는 뜻으로 숙손씨, 막내 공자 우(友)의 가문을 막내집안이라는 뜻으로 계손씨라고 부르니, 이들을 노나라의 삼대 가문이라는 뜻으로 삼가(三家)라 하고, 환공의 세 자손이라는 뜻으로 삼환(三桓)이라고도 불렀다.

 

이 중 둘째 집안인 맹손씨는 실질적인 적장자가 아니라서 백손씨라 하지 않고 맹손씨라고 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맹손씨도 아니기 때문에 둘째집안이라는 뜻으로 중손씨라고도 불렀다. 그래서 맹헌자를 중손멸, 맹의자를 중손하기, 맹장자를 중손석이라고도 불렀던 것이다.

 

『논어류고』 등의 기록에 의하면 삼가 중에 그래도 맹손씨의 집안이 충성을 다한 집이라고 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맹헌자(仲孫蔑)는 맹자께서 집안을 내세우지 않고 덕으로 벗을 사귀었다고 칭찬한 현명한 사람이다(『맹자』 「만장」). 또 자신이 백승의 대부가 되었을 때 “말을 기르고 수레를 타는 이는 닭과 돼지를 살피지 않고, 얼음을 쓰는 집안은 소와 염소를 기르지 않으며, 백승(百乘)을 가진 집안은 취렴하는 신하를 두지 않는다.….(『대학』)”는 말로 대부의 정신자세를 밝혔다.

 

여기서 ‘말을 기르고 수레를 타는 이’라는 것은 이제 막 대부로 등용된 고급관리이고, ‘얼음을 쓰는 집안’은 경대부이며, ‘백승을 가진 집안’은 경대부이면서 채지(采地)가 있어서 부유한 사람 즉 맹헌자 자신을 말한다. ‘대부’는 기업체로 치면 이사나 부장에 해당하는 벼슬로, 회사에서 내주는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자동차(수레)를 타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정도 직급을 얻어 안정된 수입이 있게 되면, 이제껏 먹고살기 위해 부업으로 길렀던 닭이나 돼지를 더 이상 기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닭이나 돼지는 노인과 아이들의 약한 일손으로도 키울 수 있는 가축이다.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을 주거나 오고가는 길에 풀을 뜯어다 주면 되는, 그러니까 직장을 가질 수 없는 노약자에게 용돈을 벌게 해주는 소일거리 부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유한 사람이 그런 일을 부업으로 하면, 노약자들이 닭과 돼지를 기른다 해도 팔 곳이 없어지므로 돈을 만들 수가 없게 되고, 뿐만 아니라 닭이나 돼지 기르는 허드렛일에 신경쓰다보면 대부로써의 고유한 업무에 충실할 수도 없는 것이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입이라도 다른 사람을 울리고 번 것이라면 정당치 못하다는 것이고, 특히 남부럽지 않게 살거나 남의 위에 선 자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에서는 ‘아랫사람 것 탐내면 법대로 해도 흉하니, 항상 배려하며 정당하게 살면 잘못이 없다’고 가르친 것이다.